화려한 서른의 잔치 시작됐다…'탈삼진 머신' 만든 9cm 차이, 안경 에이스가 진짜 에이스가 된 이유
[OSEN=부산, 조형래 기자] 겨우내 고민과 노력이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30)은 모두가 바랐던 진짜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박세웅은 지난해 겨울, 서울에서 진행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제는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다.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하고 있고 바이오메카닉을 연구해서 신체 가동성을 극대화 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구속과 구위 향상에 특화되어 있는 센터로 알려져 있다.
박세웅은 지난해 30경기 6승 11패 평균자책점 4.78(173⅓이닝 92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개인 최다 이닝 시즌이었다. 5년 연속 규정이닝, 4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토종 우완 투수들 가운데 이 정도의 이닝 소화력을 가진 투수는 손에 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 지표는 풀타임 선발 시즌 가운데 가장 안 좋은 시즌이었다. 승리는 6월 이후 따내지 못했고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 투수들 20위 가운데 18위,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도 1.41로 전체 17위에 불과했다. 피안타율도 2할7푼5리로 리그 16위. 선발 투수로서 이닝 소화력을 보여줬지만 그 뿐이었다.지난해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에게 항상 공격적인 승부를 주문했다. 좋은 구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피해가는 승부를 펼치는 모습을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시즌 막바지부터 박세웅을 줄곧 올해의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올해 스프링캠프 기간,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이가 상대 3선발 투수들과 맞붙어서 이기는 필승 3선발 카드가 되어야 한다. 3번째 선발 투수가 강한 팀이 성적이 난다. 세웅이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이어 토종 에이스 자리에서 매치업을 이겨낼 수 있다면 팀이 더 높은 곳에 위치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의 바람대로 올해 박세웅은 ‘필승 3선발’이 됐다. 현재까지 박세웅은 8경기 등판해 7승 1패 평균자책점 2.54(49⅔이닝 14자책점) 60탈삼진 퀄리티스타트 5회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3월 23일 LG와의 개막시리즈에서 5이닝 8피안타(3피홈런) 6탈삼진 4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 투수가 된 이후 내리 7연승을 달리고 있다. 7경기 중 6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나머지 1경기도 5이닝을 던지며 최소한의 역할은 다했다. 박세웅이 마운드에서 잘 던지면서 버텨주자 팀도 자연스럽게 승리를 챙겼다. 7연승이라는 기록과 현재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롯데도 자연스럽게 21승 16패 1무로 3위에 올라 있다.무엇보다 현재 리그 탈삼진 전체 2위이고 9이닝 당 10.87개의 탈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모두 토종 1위의 기록이다. 구위가 향상됐다는 기록인데, 지난 겨울 드라이브라인센터의 단기 연수를 다녀온 효과를 보고 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혹자들은 박세웅의 구속 향상이 현재 호투의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 구단에서 제공한 트랙맨 데이터에 의하면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6km였다. 올해는 시속 147.3km다. 구속이 1.3km 향상된 것은 맞다.
그러나 구속보다 더 좋아진 게 있고 이게 현재 박세웅 퍼포먼스의 기반이다. 일단 릴리스포인트의 높이가 높아졌다. 지난해 160cm에서 170cm로 높아졌다. 10cm를 높였다. 여기에 수직 무브먼트가 대폭 향상됐다. 지난해 수직 무브먼트는 41cm였지만 올해는 무려 9cm가 높아진 50cm를 기록하고 있다. 50cm가 넘으면 리그 최정상급 수치라고 보고 있다. 과거 돌직구를 뿌린 최준용의 수직 무브먼트가 50cm가 넘었다. 베이스볼서번트에 의하면 현재 메이저리그 수직무브먼트 1위는 LA 다저스 좌완 투수 알렉스 베시아로 21.6인치, 약 55cm다.
물리 법칙에 의해 투수가 던진 공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직 무브먼트의 수치가 좋을수록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의미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을수록 타자들은 공이 솟아오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한다. 이게 흔히 말하는 ‘라이징 패스트볼’이고 과거에는 공 끝이 좋다고 표현했다.이전보다 좋아진 구위를 바탕으로 박세웅은 타자들 앞에서 더 자신있게, 공격적으로 승부를 펼치고 있다. 타자들의 헛스윙이 많아지며 삼진도 늘어났고, 또한 통산 땅볼/뜬공 비율이 1.30을 기록할 정도로 땅볼 투수였던 박세웅은 올해 땅볼/뜬공 비율 0.93을 기록할 정도로 뜬공 투수가 됐다. 구위 좋은 투수들의 기록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다.
박세웅의 현재 페이스라면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7년(28경기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 다승 및 여러 지표들이 진정한 안경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고 보여주고 있다. 서른에 접어든 안경 에이스와 함께 가을의 잔치를 치르는 꿈이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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