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10조 규모' 英 영화공장 초긴장
제작환경·세제혜택에 할리우드 공동제작 많아…"100% 관세시 전멸" 우려
제작환경·세제혜택에 할리우드 공동제작 많아…"100% 관세시 전멸" 우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1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영국 영화·드라마 제작업계의 우려가 커졌다.
8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과 영국영화협회(BFI)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내 영화·TV 제작에 지출된 금액은 56억 파운드(약 10조4천억원)로, 이중 외국에서 영국 내 제작에 투자하거나 공동 제작한 비율은 86%인 48억 파운드(약 8조9천억원)에 달했다.
외국의 투자나 공동 제작 대부분은 미국에서 들어온다. 특히 영국에서 촬영되거나 공동 제작된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많다.
2023년 '바비',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비롯해 지난해 '위키드', '데드풀과 울버린', '글래디에이터 2', '비틀쥬스 비틀쥬스', 올해엔 '미키 17',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등이 있다.
영국이 할리우드 제작을 대거 유치했던 요인으로 같은 언어와 로케이션 환경, 연기부터 촬영, 편집, 연출까지 풍부한 제작 인력 외에도 세금 감면 혜택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뜨린 불만의 핵심도 이 세금이다.
영화와 고급 TV 작품, 비디오 게임 등은 34%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저예산 영화는 공제율이 53%까지 올라간다. 이는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20%보다 훨씬 높다.
필리파 차일즈 영국 방송연예통신극장노동조합(BECTU)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와 최근의 시장 둔화에 이어 이런 관세가 부과되면 이제 막 회복 중인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창작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디언에 "이것(100% 관세)이 현실화하면 영국 영화 산업과 제작진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100% 관세 부과 시 당장 신작 영화 제작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트럼프발 관세와 마찬가지로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으로, 상황이 더 분명해질 때까지 투자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격파는 영화·TV 업계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배우들은 영화와 TV 출연으로 돈을 벌어 연극 극단 활동을 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부터 전기 기술자까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일자리가 생긴다.
리사 낸디 문화장관은 영국 창작 산업 규모를 2023년 기준 영국 경제의 5.2%인 1천240억 파운드(230조원)로 추산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이날 발표할 예정인 무역 합의에 영화 부문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BBC 방송은 영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영화 관세가 미·영 무역 협상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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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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