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도·파키스탄 중재 의향…"여력 있을까" 의문
우크라·가자 전쟁에 주의 분산…옛 역할 어려울수도 그간 양국 긴장 고조에도 '비일관적 메시지·불간섭' 지적
우크라·가자 전쟁에 주의 분산…옛 역할 어려울수도
그간 양국 긴장 고조에도 '비일관적 메시지·불간섭' 지적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 중재에도 바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에까지 개입할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앞선 두 전쟁의 휴전 협상도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새로운 외교적 짐을 짊어질 만한 여력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도·파키스탄 간 군사 충돌에 대해 "그들이 멈추길 희망한다"며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양측과 잘 지내고, 모두를 잘 알고 있으며, 일을 잘 풀어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양국과 각각 접촉하고, 사우디아라비아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교장관과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실질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과거 남아시아의 위기 국면을 진정시키고 전쟁 발발을 막는 역할을 해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으로 주의가 분산된 탓에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취임 직후 두 개의 전쟁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넉 달이 가까워져 오도록 최종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와 맺은 광물 협정, 가자지구 휴양지 개발 구상 등에서 보이듯 중재를 명목으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져 온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 역시 미덥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26명이 죽고 17명이 다친 이후 양국은 일촉즉발의 대치를 벌여 왔다.
인도의 이번 공격의 단초가 된 이 테러를 미국은 강력히 비판해 왔는데, 양측의 충돌 이후 루비오 장관은 양국 모두에게 긴장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등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아시아 전문가인 탄비 마단은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양쪽 모두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것은 인도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제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인도는 지난 1일 라즈나트 싱 국방부 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다며 "미국이 인도의 대테러 전쟁과 방어권을 지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상 인도의 보복에 대한 '그린라이트'를 의미했다고 마단은 설명했다.
파키스탄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인 모에드 유수프는 파할감 테러 이후 긴장이 고조되는 동안 미국은 과거보다 훨씬 '불간섭주의적'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유수프는 "미국은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중재에 나설 것이라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도 동조를 받아 가며 양국 사이의 분쟁을 외교적으로 조율하는 모습을 연출해 왔으나 그것이 지금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물론 다시 한번 미국의 외교력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항할 중요한 균형추로 여겨지는 인도는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심화해 왔으며 파키스탄 역시 미국 군수산업의 주요 수입국이자 안보 파트너라고 F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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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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