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뉴욕 하이라인과 서울로 7017

대표적인 고가 공원이 뉴욕 하이라인이다. 하이라인은 원래 1934년 약 2.3㎞ 구간에 개통된 화물용 고가철도였다. 트럭에 밀려 하이라인의 열차는 1980년에 퇴역한다. 고가철도는 20여년간 방치된다. 이곳을 공원으로 바꾸는 공사는 2006년 착공돼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시민 후원금과 뉴욕시 재정 약 2억 달러가 들었다.

뉴욕 하이라인의 나무와 풀은 지상 정원처럼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반면, 서울로 7017에는 화분이 이리저리 배치되어 있다. 하이라인에 비해 서울로 7017은 보행자가 적고,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시민은 더 적다. 하이라인은 인근 상권 활성화 등 외부효과를 낳았다.
왜 서울로 7017은 뉴욕 하이라인을 능가하지 못했나? 하이라인은 튼튼하게 지어졌지만, 서울역 고가는 초기부터 ‘약골’이었다. 1990년대 이후 몇 차례 보강되고도 안전등급 D를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로 7017 백서』를 보면, 그래서 서울역 고가에는 흙을 8㎝ 이상 덮을 수 없었다. 잔디와 풀만 심을 수 있는 토심(土深·흙의 깊이)이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화분을 띄엄띄엄 설치하는 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서울로 7017이 남긴 교훈이 있다. 행정적 상상력은 공학의 기반 위에서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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