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훈의 카운터어택] 마법은 없다

어뢰 배트 열풍은 MLB를 넘어 야구를 즐기는 나라들로 빠르게 번졌다. 일본은 지난달 프로와 아마야구 모두 공식 경기에 어뢰 배트 사용을 허가했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아직 사용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여러 구단이 ‘마법 방망이’ 확보에 나섰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 훈련장에 어뢰 배트 여러 자루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홈런 제조기’로 주목받은 어뢰 배트(왼쪽). 기존 배트와 구분되는 외형 만큼이나 장단점도 도드라진다. [A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09/b09c0116-0afc-489e-9dcf-56ec55ce0312.jpg)
그런데 근래 들어선 ‘홈런 나와라 뚝딱’ 주문이 시즌 초반만큼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어뢰 배트를 쓰는 타자 중 상당수가 타율과 장타율 동반 하락 현상으로 고전 중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장타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쳐 타자들이 이전에 비해 쉽게 방망이를 낸다는 점, 그리고 어뢰 배트 특유의 스위트 스폿을 피하기 위해 투수들이 의도적으로 바깥쪽 낮은 공의 비율을 높인다는 점.
야구 역사를 새로 쓸 것만 같던 어뢰 배트의 약점이 드러난 건 결과적으로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장외 홈런으로 바꿔주는’ 기적이나 마법 같은 건 없다는 걸 보여준다. 물리학과 빅 데이터를 버무려 만들었다는 ‘과학적 배트’도 결국은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비우는 타자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효력을 발휘한다. 파워를 증폭하기 위해 스위트 스폿 위치를 옮긴 혁신이 이전에 비해 오목해진 배트 끝부분으로 타격할 땐 오히려 힘이 덜 실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살다 보면 단 한 방으로 인생의 물줄기를 확 바꿀 ‘내 삶의 어뢰 배트’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어뢰 배트 개발자 린하트도 인정했듯 외야 플라이와 홈런을 결정하는 건 방망이가 아니라 결국 타자 자신이다. 당연하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송지훈([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