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한체육회 ‘진짜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들

최연소 유승민 회장의 개혁 착수
예산 편성의 자율성 확보가 관건
수익사업 제한하는 법도 고쳐야
예산 편성의 자율성 확보가 관건
수익사업 제한하는 법도 고쳐야

유 회장은 종목 단체와 지방체육회 순회 간담회에서 직접 9대 혁신 과제와 120개 중점 과제를 설명하며 ‘함께하는 체육회 개혁’을 호소했다. 종목 단체와 지역 스포츠인들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전임 체육회장 행정에 대한 감사와 비리에 대한 형사 고발, 징계, 예산 제한 및 삭감 등의 조치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들린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은 다르다. 변화는 조직 내부적인 문제나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반면 개혁은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것이다. 법률이나 예산,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거버넌스 혁신이 선행되지 않으면 진정한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
유 회장 취임 이후 대한체육회는 자생력 확보를 위해 마케팅실을 회장 직속 기구로 두고, 후원 유치와 수익 사업을 통한 예산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수익사업뿐 아니라 학교체육, 지방체육, 선수와 지도자의 인권까지 대부분의 영역에서 법안과 예산 편성이 스포츠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대한체육회의 진짜 개혁을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예산 편성 구조의 개혁이다. 지금 대한체육회의 예산 편성은 기획재정부와 문체부의 예산 검토와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하향식이다. 이로 인해 사업 유형이 고정되고 중복·비효율 사업이 지속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예산 편성의 자율성이 확보되면 학교체육, 지방체육, 국제 경쟁력 강화, 스포츠 인권 문제 등 시급한 과제 중심의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대한체육회 운영의 근거법인 국민체육진흥법은 수익사업을 제한해 자생력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공식 후원사를 경쟁입찰로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공식 후원사의 물품 및 서비스 공급에 대한 수의계약 체결이 불가능해 후원사 참여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지방체육회 운영비 지원도 현행법에 따르면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지원’하게 돼 있어서 지자체 예산이 충분하지 않으면 지원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각기 다른 지자체 조례에 좌우되는 운영비 지원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셋째, 거버넌스 개혁이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대한민국’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어서 그 운영 방식이 스포츠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그동안 국제 대회 성적 향상, 스포츠 외교 확장 등 구체적인 성과를 이뤘지만,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와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반복되는 스포츠계 인권 침해, 비효율적 거버넌스, 비리 및 불공정, 공공성 결여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내부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개혁할 것인가, 아니면 개혁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스포츠인 스스로가 개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문체부는 변화의 의지를 보여준 대한체육회를 믿고 기회를 줘야 한다. 예산·법안·거버넌스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 스포츠 개혁의 적기이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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