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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의 시시각각] 극한 직업 대법관

강주안 논설위원
얼마 전까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관이 위태로웠다. 불과 한 달 사이 대법관이 더 극한 직업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몰아친 후폭풍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특별검사 수사에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다. 다른 대법관들도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올 판이다.

신속한 선고가 주된 공격 이유다. 상고심 속도는 판결문에서도 쟁점이다. 무죄 의견을 낸 이홍구·오경미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엔 설득과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에 비유했다. 이번 재판이 “해님이 갖고 있는 무기인 온기와 시간을 적절히 투입해 숙고와 설득에 성공한 경우인가 아닌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명 파기환송에 탄핵 벼르나
‘김명수 제청’ 대법관도 유죄 의견
대법관 증원 등 보복 구상 통할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입술을 다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에 서경환 대법관 등 5명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달력상 날짜의 총량만이 충실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집중심리주의에 따라 충실히 심리해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의 핵심은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이다. 헌재와 대법원을 비판한 전문가 중엔 본질을 덮어두고 절차에 집중한 경우가 많다. 과속 진행이라고 헌법재판관을 비난하면서 정작 계엄에 대한 판단은 숨긴다. 대법관을 맹공하면서 이 후보 발언에 대한 견해는 함구한다. 이번 사건은 호주 출장 골프와 관련한 이 후보 발언의 해석이 관건이다.

“국민의힘에서 4명의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 판결문을 보면 대법관 10명은 이 발언이 ‘이 후보가 골프를 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에 비해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 두 명은 판결문에서 이 발언의 문법상 구조를 제시했다. “①국민의힘에서(주어) 사진을(목적어) 찍어가지고(제1서술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부사절) 사진을(목적어) 공개했던데(제2서술어),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부사절) (국민의힘에서-주어 생략)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의 일부를(목적어) 떼어 내 가지고(제3서술어) 이렇게(부사어) 보여줬더군요(제4서술어). ②(주어 생략) 조작한 거지요(서술어).”

여기서 골프 발언은 선행 문장인 ①부분에 속하고 “조작한 거지요”는 ②부분에 속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골프 동반 의혹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됐다’고 보는 것이 문언 그 자체에 충실한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발언을 들으면서 이렇게 문법적으로 분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법원 사법쿠테타 규탄 긴급 시국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재판에서 대법관의 의견은 임명한 대통령에 따라 나뉘었다. 유죄 판단 열 명은 윤 전 대통령이, 무죄 의견 두 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법관의 편향성 우려는 앞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 중 헌법재판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을 거쳐 임명하기 때문에 편향성 우려가 한결 적다는 것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모두 지낸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의 설명이다. 이 후보에 대해 유죄 의견을 낸 대법관 10명 중 오석준·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은 윤 전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제청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응징 방안을 쏟아낸다. 대법관은 “임명된 날 하루만 즐겁고 남은 임기는 내내 더없이 괴롭다”(김영란 전 대법관)고 할 정도로 격무라고 한다. 이젠 협박까지 당한다. 30명이든, 100명이든 늘리면 대법관 삶의 질은 오히려 나아질 수 있다. 증원된 대법관을 편파적 인물로 채운다고? 조 대법원장 임기가 아직 2년 넘게 남았으니 차기 정부 마음대로 앉힐 생각은 접는 게 낫다. 사법부 장악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후환만 낳을 공산이 크다.





강주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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