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 우크라 협상 압박 속 시진핑 '든든한 지원' 과시
우크라 위기 '근본 원인 제거' 강조…美에 '단호한 대응' 한목소리도
우크라 위기 '근본 원인 제거' 강조…美에 '단호한 대응' 한목소리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진행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지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약 7시간 30분에 걸쳐 회담하며 러시아와 중국이 양국 관계와 국제 현안에 공통적인 접근 방식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려면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 휴전'을 제시했을 때 휴전안이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30일 휴전으로 우크라이나에 재정비 시간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러시아의 이러한 고집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7일 러시아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하지 않으면 미국이 중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압박 속에 푸틴 대통령은 한발 물러서기보다는 시 주석과 회담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와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중국은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지지하면서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복원을 추진하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이중 억제 정책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고, 미국의 새 우주 기반 미사일 요격 체계인 골든돔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에 대해서도 "일방적 보호주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규탄했다.
시 주석은 회담을 시작할 때 미국을 비판하는 의미로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적 일방주의와 조류를 거스르는 강권(强權·패권)적 괴롭힘 행위'에 맞서는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역사적 진실을 확고히 지키고 전쟁 시기 사건의 기억을 보호하며 신(新)나치주의와 군국주의의 현대적 발현에 대응한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견제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과시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국 등 서방 주도가 아닌 다극 세계 질서를 추구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기 직전
'무제한 협력'을 선언하며 밀착을 공고히 했다. 러시아는 중국에서 경제적·외교적 돌파구를 찾으며 서방의 경제 제재를 상쇄해왔다.
시 주석은 이번에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만으로도 푸틴 대통령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5월 9일) 80주년을 맞아 전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이다.
러시아가 전승절에 초대한 20여명의 해외 정상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시 주석은 9일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한편으로는 미국과 관계 개선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양자회담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회담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매우 흥미롭고 건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와 목표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