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교황명 레오는 '개혁·인권·노동의 옹호자' 의지
레오 13세, 1891년 '노동헌장' 반포 등 개혁 교황 많아 교황 피선시 새 이름 고르는 관행 533년 요한 2세부터
레오 13세, 1891년 '노동헌장' 반포 등 개혁 교황 많아
교황 피선시 새 이름 고르는 관행 533년 요한 2세부터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뽑히면서 '레오'를 새 이름으로 고른 것은 인권·노동 문제를 중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새 교황의 대수는 제267대지만 이 중에 즉위와 퇴위를 3차례 반복한 베네딕토 9세(재위 1032-1044, 1045, 1047-1048)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역대 교황은 총 265명이다.
이 중 레오 14세를 포함해 129명이 즉위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전통적으로 교황들은 자신이 쓸 이름을 고를 때 똑같은 이름을 썼던 전임자들의 사목 방향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아왔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레오 14세 선출 발표 직후 새 교황의 이름이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레오 13세는 1891년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사회 문제만을 다룬 '노동헌장' 회칙을 반포해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았다.
문헌의 첫 부분을 따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새로운 사태)이라고도 불리는 이 회칙은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지적하고 자본주의 이념과 사회주의 이념의 문제점들을 함께 비판하면서 복음적 시각에 바탕을 둔 대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레오 13세를 포함해 '레오'라는 이름을 쓴 전임 교황 13명은 개혁가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교황들 중에는 이름이 겹치는 사례가 매우 많다.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관이 작성한 '교황 연대표'에 따르면 '요한' 21명, '그레고리오' 16명, '베네딕토' 15명, '레오'와 '클레멘스' 각 14명, '인노첸시오' 13명, '비오' 12명, '스테파노' 9명, '우르바노'와 '보니파시오' 각 8명, '알렉산데르' 7명, '바오로'와 '하드리아노' 각 6명, '식스토', '니콜라오', '첼레스티노' 각 5명이다.
이어 '세르지오', '호노리오', '아나스타시오', '에우제니오' 각 4명, '갈리스토', '빅토리오', '실베스테르', '루치오', '펠릭스' '마르티노', '율리오' 각 3명, '아데오다토', '아가피토', '다마소', '젤라시오', '요한 바오로', '마르첼로', '마리노', '파스칼', '펠라지오', '테오도로' 각 2명이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동안 '비오'가 많았으며, 20세기 후반부터는 '요한'이나 '바오로'가 많아졌다.
즉위 후 '이중 이름'을 쓴 사례는 재위 33일만에 선종한 요한 바오로 1세(재위 1978)가 역대 교황 중 처음이었고, 직후 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도 이 이름을 계승했다.
가톨릭 교회사 초기 수백년간은 교황들이 즉위 전에 쓰던 이름을 즉위 후에도 바꾸지 않고 계속 썼다.
그래서 로마 신화의 '술의 신'과 이름이 같은 '디오니시오'(259-268), '웃긴다 '는 뜻인 '힐라리오'(재위 461-468), '바보'라는 뜻인 '심플리치오'(재위 468-483)라는 교황도 있었다.
교황이 스스로 쓸 이름을 새로 정하는 관습은 로마 신화의 '장사꾼의 신'과 이름이 같았던 '메르쿠리오' 신부가 교황으로 뽑힌 후 '요한 2세'(재위 533-535)로 이름을 바꾸기로 하면서 생겼다.
그 뒤로는 즉위 전 이름을 즉위 후에도 계속 쓰는 교황이 점점 드물어지다가 하드리아노 6세(재위 1522-1523)와 마르첼로 2세(재위 1555)를 끝으로 사라졌으며, 그 후대 교황들은 모두 원래 쓰던 이름과 다른 이름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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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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