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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출] 홍수 진흙탕 헤치고 구휼…페루선 '북쪽의 성자'로 불려

"흰색 픽업 몰고 정글 순회…사회정의 앞장서 폭넓게 사랑받아" 현장에 '인간적 밀착'…22만명 죽은 팬데믹 때도 구명 위해 분투

[교황 선출] 홍수 진흙탕 헤치고 구휼…페루선 '북쪽의 성자'로 불려
"흰색 픽업 몰고 정글 순회…사회정의 앞장서 폭넓게 사랑받아"
현장에 '인간적 밀착'…22만명 죽은 팬데믹 때도 구명 위해 분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와야 할 사람이 있으면 장화를 신고 진흙탕을 헤쳐 나가길 주저하지 않는 분이었어요."
미국 출신으로는 처음 교황으로 선출돼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게 된 레오 14세에 대해 비영리단체 카리타스의 일원으로 페루에서 그를 만났다는 하니나 세사는 8일(현지시간)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2022년 페루 치클라요 지역과 주변 마을에 막대한 양의 비가 쏟아지자 현장으로 뛰쳐나간 레오 14세는 정확히 그러한 행동을 보였다고 세사는 강조했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는 사제 교육을 받은 뒤 1985년 선교단의 일원으로 페루로 간 뒤 정글 등 오지를 넘나들며 10여년간 복음을 전파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앞장섰다.
아우구스티노회 시카고 관구장으로 선출돼 1999년 미국으로 귀국했지만, 2014년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빈민가와 농촌이 많은 페루 치클라요 교구의 주교로 임명됐고 이듬해에는 아예 페루 국적을 취득했다.
그런 그는 식량과 모포 등을 실은 흰색 픽업트럭을 몰고 안데스산맥 오지의 마을들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바닥에 얇은 매트리스만 깔고 잠을 청했고 감자와 치즈, 옥수수 등 현지 주민들이 주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먹었지만, 기회가 될 때면 멕시코식 고기요리인 카르네 아사다를 콜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는 것이다.
세사는 "그(레오 14세)는 고장 난 트럭이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고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페루 출신의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수사 알렉산더 램은 레오 14세가 페루인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사회정의 구현과 환경 보호에 앞장서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페루의 (다른) 주교들조차 그를 성인이라고, 북쪽의 성인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페루를 찾았을 때도 레오 14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할 미사를 앞두고 야외에 진을 친 신자들과 함께 밤샘 기도를 올렸다면서 "로베르토는 그런 스타일을, 그런 친밀감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그건 제도적으로는 훌륭하지 못한 제스처였겠지만 인간적인 제스처였다"고 평가했다.
치클라요 교구의 소통 책임자를 맡고 있는 수사 피델 푸리사카 비힐은 "아무리 많은 문제가 생겨도 그는 늘 유머 감각과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레오 14세는 수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페루를 덮쳐 무려 21만7천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분투했다.
가능한 모든 곳에서 지원을 끌어모은 덕분에 그는 인공호흡기 생산 공장 두 개를 구매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레오 14세가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페루 수도 리마의 대성당에선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그는 우리 중 하나가 되기를, 우리와 함께 살고 이 나라의 신앙과 문화, 꿈을 가슴에 품기로 선택했다"며 그런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페루와 미국 모두에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황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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