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김정은·푸틴 기소할 '특별재판소' 만든다…ICC 보완할까(종합)
우크라 요청 3년만에 합의·40개국 지지 확보…美지지·법적 한계 변수 EU 주도로 '러 열병식' 당일 우크라서 발표…10일엔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
우크라 요청 3년만에 합의·40개국 지지 확보…美지지·법적 한계 변수
EU 주도로 '러 열병식' 당일 우크라서 발표…10일엔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
(서울·브뤼셀=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정빛나 특파원 =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특별재판소' 설립을 추진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평의회, 우크라이나는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를 위한 특별재판소' 설립안을 공식 발표했다.
행사에는 EU 회원국과 영국을 포함해 40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된 설립안은 오는 14일 유럽 최고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 외무장관회에서 공식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전체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으면 재판소 설립을 위한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된다고 EU는 설명했다.
유럽평의회는 1949년 민주주의 증진, 인권·법치주의 보호를 목표로 설립된 유럽 인권 기구로 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한 46개 국가가 속해 있다.
투표 가결 시 네덜란드 헤이그에 들어설 특별재판소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범죄가 아닌 침략 범죄에 관한 조사·기소·재판 권한을 갖게 된다.
침략 범죄는 다른 국가를 침공하거나 정치·군사적 통제를 시도한 정부나 군의 수뇌부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다. 기소 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유죄 판결 시 자산 몰수가 가능하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지원한 북한, 벨라루스 정부와 군 수뇌부 20명가량을 겨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별재판소 설립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사법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
ICC가 관할권을 갖기 위해선 전쟁범죄 연루 국가가 'ICC 설립을 위한 로마 협약' 당사국이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ICC 협약에서 탈퇴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인 2022년 4월 러시아가 철수한 자국 내 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구가 무더기로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ICC 한계 보완을 위한 특별재판소 신설을 서방에 요청해왔고, 비로소 가시적 성과가 나왔다.
EU 고위 당국자는 전날 사전 백브리핑(익명 전제 대언론 설명)에서 유럽과 비(非)유럽 40개국 이상에서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신설 시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지만, 법적 한계는 아직 남아 있다.
유락티브가 입수한 특별재판소 규정(statute) 초안에 따르면 기소 대상인 정부·군 수뇌부에 관한 법적 절차는 면책권 문제로 재직 중에는 중단되며, 퇴임 이후에만 재개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정을 통해서만 면책권이 해제될 수 있으나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이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의 지지 여부도 변수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특별재판소 설립 준비를 위한 국제회의에 10여차례 참여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들어서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도 미국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종전 협상 국면에서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를 점차 내고 있다는 점에서 EU 일각에서는 미국이 제동을 걸 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비슷한 성격의 국제 재판소인 ICC 검사장을 제재하는 등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으나, 당시 제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조사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 단죄를 위한 특별재판소 설립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EU 당국자는 설명했다.
EU 창립의 시초가 된 '슈만 선언' 75주년을 기념하는 '유럽의 날'이기도 한 이날 EU 주도로 우크라이나에서 특별재판소 설립 계획이 발표된 것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부각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특별재판소 설립 관련 "모든 유럽국과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이 정치적 지지를 보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별도로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는 오는 10일 우크라이나에서 전후 안전보장을 위한 유럽 중심의 비공식 협의체인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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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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