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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당의 존재 의미 스스로 허무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 초유의 대선후보 교체 강행 태세



뭉쳐도 될까 말까 한 판에 단일화 이전투구



대선 대신 당권 다툼 벌이나…공당 자격 의문

24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공당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파괴하는 퇴행적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자신들이 경선으로 뽑은 김문수 대선후보를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로 사실상 강제 교체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두 번이나 의원총회를 여는 등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 압박을 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대선후보 교체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냈다. 한 후보와 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냐고 묻는 8~9일 여론조사·당원투표 결과에 따라 11일 당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보 교체를 의결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와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대선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과 ‘전국위 개최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으나 9일 법원이 이들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논의할 전당대회 자체는 열 수 있게 됐지만, 정치력으로 풀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선을 포기한 당’이란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이날 의총에서는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충돌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심지어 당 소속 의원들이 탈당해 제3지대를 만든 뒤 한 후보를 영입해 국민의힘과 ‘당 대 당’ 후보 단일화를 하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갈 데까지 간 꼼수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번 사태엔 당 지도부와 두 후보 모두 책임이 크다. 우선 지도부는 김 후보가 경선에서 선출된 지 3시간 만에 ‘사흘 안에 한 후보와 단일화할 것’을 요구해 김 후보 측의 반발을 산 데 이어, 김 후보가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밀어붙여 후보 교체를 시도함으로써 공당의 원칙과 가치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향해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견하는 모습”이라며 “한심하다”는 말까지 했다. 거대 정당의 대선후보와 지도부가 원색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씁쓸하기만 하다.

달포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머리를 맞대온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이전투구도 볼썽사납다. 두 후보는 8일까지 두 차례 독대하면서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한치의 접점도 찾지 못했다. 김 후보는 경선 기간 18일 동안 “당선되면 한 후보와 신속히 단일화하겠다”는 공약을 22번이나 외쳤다. 그 공약을 믿고 찍어준 당원들의 표에 힘입어 승자가 되자 하루아침에 말을 뒤집는 모습에서 정치 신의는 찾을 길 없다. 한 후보 역시 김 후보를 설득하는 정치력을 보여주는 대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 단일화’만 외침으로써 교착을 자초했다. 무소속 출마 위험 회피를 결단으로 포장한다는 냉소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공직자 사퇴 시한 직전까지 거취를 분명히 하지 않다가 마치 무임승차하려는 듯한 모습은 명분도 공정함도 결여하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는 마당에 단일화 분란으로 자중지란에 빠졌으니 대선 결과는 볼 필요도 없게 됐다는 비아냥이 과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전투구에 모든 당력을 쏟아부으면서 계엄·탄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국정 비전 제시는 갈수록 먼 얘기가 되고 있다. 패색 짙은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꼴사납게 싸우는 진짜 이유가 대선 이후 당권 및 계파 생존 때문이라는 의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이라면 공당 아닌 이권 집단으로의 전락이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책임감을 갖고 정당한 방식으로 단일화를 매듭지어 대선다운 대선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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