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사명대사의 400년전 '누더기옷'…한땀한땀 승려 가사를 만나다

오는 7월 27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서울 종로구) 특별전 ‘염원을 담아-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보물 자수가사(刺繡袈裟)다. 가사란 승려가 일반적으로 입는 장삼 위에 일종의 망토처럼 두르는 법의(法衣). 석가모니가 생전에 밭을 지나다가 “버리는 천, 남는 천으로 이렇게 밭처럼 조각조각 꿰어 만들라”고 하면서 조각보 같은 형태를 띠게 됐다. 애초엔 누더기천을 활용했을지 몰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고운 비단을 일부러 잘라 다시 꿰맞춰 대형 천을 만들고 여기에 화려한 자수까지 더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특히 이 19세기 보물 자수 가사의 경우엔 착용 목적보다 그 자체가 화이불치(華而不侈,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음)의 불교식 자수 공예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 관장은 “워낙 민감한 유물이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보존처리 하는 데 6년가량 걸렸다”면서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이 귀한 유물을 우리 박물관에서 우선 선보일 생각에 이번 특별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를 포함해 전시에는 고려시대부터 근현대까지 큰 스님들의 가사와 초상화, 왕실 발원 불교 자수 작품 등 38건 55점이 한데 모였다. 이 가운데 주요 사찰에 성보(聖寶)로 전해져 와 바깥 나들이가 극히 드문 유물이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서산대사(1520~1604)와 사명대사(1544-1610)의 가사가 있다.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익히 알려진 이 큰스님들은 전공(戰功)으로 인해 선조 임금으로부터 각각 금란가사를 하사받았다.


불교가 고려·조선 왕실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만큼 그에 관련된 자수 유물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 태종15년(1415)에 만들어진 ‘연당문 자수 사경보’는 보물로 지정된 『백지묵서묘법연화경』을 덮는 보자기로 제작됐다. 머리카락처럼 가는 실로 봉황과 오리 등 각종 무늬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묘사해 ‘세밀가귀(細密可貴, 정교하고 세밀해 귀할 만하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왕의 곤룡포를 조각조각 재구성한 가사도 눈길을 끈다. 전시엔 전남 순천 선암사에 전해지는 경운대사(1852-1936)의 가사가 나왔다. 경운대사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활동했는데 사경(寫經)에 뛰어나 1880년 명성왕후의 발원에 따라 『금자법화경(金字法華經)』을 서사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 용의 형상이 뚜렷한 곤룡포 옷감으로 재단한 가사가 남아 있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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