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드론, 땅엔 로보캅 떴다…한강공원 26㎞ 틈새 안놓친다

11일 낮 12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 인근에서 직경 약 50㎝ 크기의 드론 한 대가 10m 높이로 날아올랐다. 드론은 360도 감시가 가능한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약 20m 떨어진 강변을 관찰했다. 드론에 장착된 인공지능(AI)는 강변에 쓰러진 사람이 내뿜는 미세한 열기를 바로 포착했다.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서울경찰청 드론수색팀은 열화상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를 대조해 응급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보고 구조에 나섰다.
경찰의 드론을 활용한 인명 구조 연습 장면이다. 서울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는 지난 9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드론과 웨어러블 로봇, 전기 자전거 등 장비를 동원한 ‘K-스마트 순찰’을 시범 운영한다. 여의도는 대규모 공원과 복합 쇼핑몰이 밀집해 있는 만큼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이기에 시범 운영 장소로 선정됐다. 경찰은 여의도 일대에서 해당 장비를 활용하는 기동순찰대 4개 팀(30명)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드론을 활용해서 수풀과 같은 순찰 사각지대를 살핀다. 드론 한 대가 비행하면 여의도 한강공원 26㎞ 일대의 절반 정도를 35분 만에 돌아볼 수 있다. 이날 드론 순찰 시연을 맡은 드론수색팀 예용동 행정관은 “드론을 활용해 실종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인계한 사례가 지난 2일부터 있었다”며 “10m 높이에서 반경 40~50m까지 감지할 수 있고, 열화상 카메라로 실시간 AI 객체 식별이 가능한 게 드론 순찰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대원들은 하체 근력 보조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로봇 ‘윔(WIM)’을 착용한다. 1.6㎏ 무게의 이 로봇을 입으면 20㎏짜리 배낭의 체감 무게를 12㎏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골반에 허리띠를 고정하고, 허벅지와 무릎에 장비를 맞추는 식으로 로봇을 착용한 모습이 흡사 영화 ‘로보캅’을 연상시켰다. 로봇은 보폭과 보행 속도에 맞춰 착용자의 보행을 보조한다. 한 번 여의도 일대 순찰을 할 때마다 평균 2만~3만보를 걷는 경찰 대원에겐 큰 도움이 된단 게 경찰 설명이다.
12㎏ 무게 배낭을 멘 기자가 로봇을 착용해보니 평소보다 무릎과 허벅지에 힘이 덜 들어가면서도 쉽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 막대 형태의 로봇이 계단 높이에 맞춰 다리를 잡아줬기 때문이다. 로봇의 보조 강도 또한 착용자가 조절할 수 있었다. 기동순찰대 소속 김종민 경사는 “몸에 (로봇이) 장착된 느낌이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계단이 많은 공원의 특성상 착용하고 나면 피로가 확실히 덜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순찰에 전기 자전거도 활용한다. 최대 속도 25㎞, 무게 19㎏의 전기 자전거는 넓은 구역을 효율적으로 순찰하는 데 쓰인다. 한 기순대 대원은 “여의도 일대엔 차량 진입이 어려운 구간이 많은데, 전기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 도보로 단속하기 어려운 무면허 킥보드·자전거 과속 운전 등을 제때 단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 순찰이 경찰의 기동성을 늘리고 시민들의 체감 치안을 강화하길 기대한다”며 “시범 운영이 잘 진행된다면 다른 지역으로 스마트 순찰 활동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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