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제안한 푸틴이 내놓을 카드는…"현실 고려해야"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포기, 비무장화' 요구할 듯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 포기, 비무장화' 요구할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이스탄불에서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그가 내놓을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푸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새벽 크렘린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당국에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협상에서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해 그가 전격적인 휴전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미국이 중재하는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고 우크라이나가 유럽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에 '30일간 휴전' 압박을 가하자 푸틴 대통령이 역제안으로 응수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하겠다며 구체적인 장소와 일시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러시아는 이번 대화에서도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화가 2022년 중단된 이스탄불 협상은 물론 현재 상황을 모두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 대표단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초기인 2022년 3월 말 이스탄불에서 결렬된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재개하되 이후 전개된 전장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위기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당시 이스탄불에서 막판에 결렬된 협상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중립·비동맹 지위를 유지하고 외국 무기를 자국 영토에 배치하지 않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안보 보장을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의 핵심 내용과 관련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와 비군사화 등을 휴전의 핵심 요건으로 요구해왔다.
러시아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 3월 30일 휴전을 제시했을 때도 푸틴 대통령은 "휴전은 장기적인 평화와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와 진지한 협상을 할 것"이라며 "그 목적은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평화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기존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도 평화 협상을 재개해야 하지만 협상이 이스탄불 합의와 '오늘날의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가 말하는 '현실'이란 러시아가 전선에서 우위를 보이며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한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토가입 포기와 함께 영토 할양은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기 때문에 15일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평화 해결안이 빨리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협상 제안에 대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진정한 의도를 확인해주는 매우 진지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항구적인 평화는 진지한 협상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고 대통령은 이러한 협상에 준비됐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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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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