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습관까지 외웠다…이준환, 유도 최강자 나가세 격파
![유도 카자흐스탄 그랜드슬램 남자 81㎏급 정상에 오른 뒤 세리머니하는 이준환. 동급 최강 일본인 선수 나가세와의 결승에서 연장 접전을 한판승으로 마무리했다. [사진 국제유도연맹]](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5f75f3f5-1339-4e7c-ae29-bf8cfaa8f022.jpg)
나가세는 최근 10년간 이 체급의 세계 최강자로 군림한 일본 유도의 수퍼스타다.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을 시작으로, 2020 도쿄,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땄다. 일본 언론은 그를 ‘올림픽 왕자’로 부른다. 그런 나가세도 이준환만 만나면 작아진다. 용인대 2학년이던 2022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준환은 그해 6월 몽골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나가세를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꺾고 결승에 오른 뒤 우승까지 차지했다. 2023년 카타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8강전에서 나가세를 잡고 준결승에 진출한 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승리까지 이준환은 나가세를 네 번 만나 3승을 거두는 등 ‘천적’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했다.
이준환은 11일 전화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유도를 가장 잘하는 선수를 꺾고 우승해 기쁘다.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세운 것 같아 뿌듯하다”며 “지난해는 어깨·팔·손가락 등 부상이 많았는데, 올해는 아픈 곳 없이 실력이 나왔다”고 말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 이준환은 지난달 태국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2개 국제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했다.
이준환은 한국 유도에선 보기 드문 ‘일본 킬러’다. 상대의 기술은 물론이고 작은 습관까지 달달 외운 결과다. 고교 시절부터 세계 최강자인 나가세를 파고들었다. 언젠가는 국제대회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다고 봤던 것이다. 이준환은 “나가세의 경기 영상을 거의 매일 2~3시간씩 보며 연구했다. 변칙 기술인 왼쪽 양팔 업어치기나 오른쪽 발뒤축걸기 모두 나가세를 겨냥해서 연마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말아업어치기도 나가세 ‘맞춤형’으로 준비한 변칙 기술이다. 사실 말아업어치기는 파리올림픽에서는 금지 기술이었는데, 올해부터 다시 허용됐다.
이준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황희태 남자 대표팀 감독과 선수촌에서 매일 수백번씩 업어치기를 훈련했다. 이준환은 “상대 연구에 훈련까지 더하면 무서울 게 없다”고 말했다. 달라진 대표팀 훈련 시스템도 선수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MZ세대인 이준환(2002년생)은 “전에는 아파도 참으면서 운동했는데, 지금은 적절한 휴식과 치료로 컨디션을 회복하도록 대표팀과 유도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라며 “MZ세대 선수들이 빡빡한 선수촌 생활에 적응하는 게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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