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랬다, 김혜성 발도 빠르고…" 얼마나 거슬렸으면, 사이영상 투수의 이유 있는 '고의 보크'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202505112024773282_68208c7052104.jpg)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이유 있는 보크였다. 김혜성(26·LA 다저스)의 빠른 발을 의식한 ‘사이영상 투수’ 코빈 번스(3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겐 전략적인 보크였다.
번스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5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애리조나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승(1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2.95로 낮췄다.
2021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로 지난겨울 6년 2억1000만 달러 FA 대박을 치며 애리조나로 이적한 번스는 시즌 초반 기대에 못 미쳤다. 어깨 통증으로 지난 6일 뉴욕 메츠전 등판을 건너뛰며 MRI 검진을 받았지만 어깨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날 다저스 상대로 10일 만에 복귀했다.
번스의 첫 위기는 3회 찾아왔다. 선두타자 마이클 콘포토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김혜성의 2루 땅볼을 쳤다. 선행 주자 콘포토가 2루에서 포스 아웃되며 1루 주자가 김혜성으로 바뀌었다. 이어 오스틴 반스가 번스의 초구를 쳤지만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난 뒤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 들어섰다.
강타자 상대로 발 빠른 주자 김혜성이 1루에 있었다. 신경이 쓰였는지 번스는 오타니에게 초구를 던지기 전 1루 견제구부터 던졌다. 오타니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김혜성이 거슬렸는지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초구 커터, 2구째 체인지업 모두 존을 크게 벗어난 볼이 됐다. 조심스럽게 승부하며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번스는 3구째를 던지기 전 다시 1루로 견제구를 던졌다. 두 번째 견제구로 더 이상 1루 견제는 어려워 보였다.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202505112024773282_68208c7102921.jpg)
[사진] LA 다저스 김혜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입된 피치 클락 규정에 의해 투수는 한 타자 상대로 견제구가 3회로 제한된다. 세 번째 견제구를 던졌을 때 주자를 잡아내지 못하면 투구판 이탈 위반으로 보크가 선언된다.
이미 두 번의 견제구를 던진 번스였지만 세 번째 견제구를 또 1루에 뿌렸다. 김혜성이 빠르게 귀루했고, 투구판 이탈 위반 보크로 2루에 갔다. 이 상황을 지켜본 다저스 전담 중계 방송사 ‘스포츠넷LA’ 해설가 에릭 캐로스는 “1루가 비어있고, 오타니 상대로 볼 2개를 던졌다. 오타니에게 좋은 공을 줄 생각이 없었고, 1루에 있는 루키라도 잡으려고 했다. 모두가 실수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오타니에게 공을 던진 생각이 없었다”며 고의적인 보크라고 해설했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오타니에게 던진 3구째 체인지업도 바깥쪽에 완전히 빠진 볼이 됐다. 스리볼이 되자 오타니를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보낸 뒤 다음 타자 무키 베츠와 승부를 택했다. 번스는 베츠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2사 1,2루 위기를 넘겼다.
![[사진] 애리조나 코빈 번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202505112024773282_68208c7190741.jpg)
[사진] 애리조나 코빈 번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캐로스가 분석한 대로 번스의 보크는 의도된 것이었다. 일본 ‘풀카운트’에 따르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번스는 “발 빠른 김혜성이 1루에 있었고, 오타니 상대로 투볼이 됐다. 오타니와 승부가 안 된다고 생각해 견제로 아웃을 잡으려 했다. 오타니를 볼넷으로 보낼 생각이었고, (김혜성을) 아웃시키면 운이 좋은 거라 생각했다. 아웃을 잡지 못하면 베츠와 상대하려 했다”고 밝혔다.
전날(10일) 9회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격감이 좋은 오타니를 상대로 불리한 카운트에서 무모하게 승부를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통산 전적에서도 이날 경기 전까지 번스는 오타니에게 6타수 3안타 1홈런으로 약했다. 이날도 1회 첫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에 번스는 보크를 감수하고 김혜성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로 견제구 2회를 던진 뒤 기습적인 3회째 견제구까지 들어갔지만 김혜성이 말려들지 않고 귀루했다.
오타니에게 초점을 맞춘 고의 보크였지만 번스가 김혜성의 빠른 발을 의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상대 투수들도 누상에 나가면 김혜성을 ‘성가신 주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다저스에 몇 없는 폭발적 스피드를 지닌 김혜성의 존재 가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email protected]
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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