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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습 후보교체 뒤, 당심 돌변했다…분란 남긴 국힘 23시간

23시간 20분.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라는 한국 정당사 초유의 시도가 당원 반발로 무산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0일 오전 0시 당 대선 경선 1위를 차지한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대신 무소속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의힘 입당→대선후보 지위’를 부여하려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시도는 당원 과반의 반대로 무위로 돌아갔다.



“야밤의 정치 쿠데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의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후보 교체 시도의 분수령은 9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였다. “단일화 협상 의지가 있다”는 취지의 김 후보 측 물밑 접촉에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기대하며 의총 개최시간을 1시간 가까이 미루고 대기했다. 하지만 후보 선출 뒤 의총에 처음 참석한 김 후보는 “강제 단일화엔 응할 수 없다”며 최후통첩을 하고 떠나버렸다. 격앙된 당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포함한 ‘플랜B’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변수는 있었다. 김 후보 측이 법원에 낸 ‘대선 후보자 지위 인정’ 등 두 건의 가처분 신청 중 하나만 인용되더라도 당 지도부는 김 후보를 대선후보로 인정하거나, 후보 등록 자체를 포기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남부지법이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둘 다 기각 결정을 하면서 후보 교체를 위한 법적 리스크가 사라졌다.


이에 코너에 몰린 김 후보 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며 한 전 총리 측과 두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해 결렬됐다. 같은 날 밤 10시에 열린 의총에서 참석자들은 ‘후보 교체’를 포함한 모든 결정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재석 의원 64명 가운데 60명이 찬성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0시, 비대위와 선관위를 동시 소집해 김 후보의 대선후보 지위를 박탈하고 한 전 총리를 단일 후보로 뽑으려는 후보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새벽 2시 30분, 당 선관위는 김 후보의 선출을 공식 취소하고 ‘후보자 등록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등록 시한은 같은 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이었다. 이 무렵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 전 총리가 유일하게 후보 신청을 했다. 등록 공고 가능성에 대비해 김 후보 측도 30여개의 제출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공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접수를 못 했다. 비대위 내부에서도 “한 후보 이외의 등록 가능성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야밤의 정치 쿠데타”란 김 후보 반발을 당 지도부가 자초한 셈이었다.




당원이 거부한 후보 교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히자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발언한 뒤 의총장을 떠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당원 대상 ARS 투표를 진행했다. 문항은 ‘한덕수 후보로 단일화에 찬성하십니까’였다. 반대 의견을 누르면 ‘정말 반대하느냐’고 또 한 번 물었다고 한다. 결과는 반대가 과반으로, 부결이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이날 밤 11시 20분 국회에서 후보 교체 안건 부결을 공식 발표하며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후보’에 반대한 당심 결과는 이례적이었다. 당 지도부가 8~9일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물은 ‘김문수 대 한덕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에선 ▶후보 교체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훼손 ▶쌍권(권영세ㆍ권성동)에 반대하는 친윤계의 분화 ▶단일화에 대한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10일 날이 밝자 후보 교체 과정에 대한 당내 반발이 계파를 불문하고 터져 나왔다. 김 후보의 경선 경쟁자들이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한동훈),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했다”(홍준표), “막장극을 자행했다”(안철수)는 등 당 지도부를 맹공했다. 친한동훈계 의원 16명이 성명서를 낸데 이어, 비대위에 후보 교체 전권을 위임했던 옛 친윤계에서도 “안타깝고 부끄럽다”(박대출 의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시선은 이미 대선 너머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기념 촬영을 한 후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정치권 해석은 다양하다. 단순히 대선후보 자리를 둘러싼 충돌로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선 이후 당권 장악을 위한 세력 간 다툼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를 중심으로 한 우파 강경 세력과 한 전 총리를 앞세워 당 영향력을 이어가려는 옛 친윤계가 충돌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승리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쥔 당권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한 전 총리 추대 계획이 틀어지면서 당 지도부와 방향을 달리하는 옛 친윤계의 분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단일화 찬성 입장이던 김기현ㆍ나경원ㆍ윤상현 등은 단일화 협상이 어려움을 겪자 앞장서 “김 후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며 ‘쌍권’ 지도부와 의견 차이를 보였다.

특히 10일 당 지도부의 무리한 후보 교체로 원성이 커지자 나 의원을 비롯해 이종배ㆍ박대출ㆍ이만희ㆍ권영진ㆍ배준영ㆍ장동혁ㆍ강민국 의원 등은 김ㆍ한 후보를 차례로 찾아 막바지 단일화 협상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선 과정에서 ‘쌍권’ 등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중립 성향의 영남 중진 의원은 “단일화 협상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차기 당권 경쟁 주자들이 당 지도부와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친한동훈계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타깃으로 삼았다. 권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한다면 대선 이후 전당대회를 개최하거나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현진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에게 ‘알량한 후보자리 지키기 한심하다’며 단식과 새벽 퇴출까지 주도했던 게 권 원내대표”라고 썼다. 당 선대위 합류를 수락하지 않은 한동훈 전 대표는 경선 패배 직후부터 ‘당원 배가 운동’을 추진하며 차기 당권 준비에 나선 상태다.



김기정.조수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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