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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뼈 깎지 않고 척추뼈 사이에 내시경…허리수술 새 길 연다

골절제 없는 척추 내시경 수술

척추뼈 간 자연적인 틈으로 접근
노화로 두꺼워진 인대만 제거
SCI급 학술지 발표해 효과 입증
“걷는 양 줄면 수술 고려해야”

세상엔 흔히 ‘정석’이라 불리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모두가 따라간다. 하지만 누군가는 묻는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요?” 서울 영등포 새길병원 이대영 원장은 척추 수술에 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허리 수술=뼈를 절제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그의 수술은 뼈를 깎지도, 나사를 고정하지도 않는다. 지난 3년간 4200건 넘는 ‘골절제 없는 척추 감압(신경 눌림 감소) 수술(NLBD·NFFD)’을 해왔다. 그 결과를 올해 4월과 지난해 12월, 공신력 있는 SCI급 학술지인 ‘대한척추외과학술지(Asian spine journal)’에 두 건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안전성과 효과를 국내외에서 입증받았다는 의미다.

이대영 원장


양손 사용으로 시야 확보

대부분의 척추 협착증 수술은 신경을 보기 위해 뼈를 깎는다. 후궁(척추 뒷부분 지붕)이나 관절을 절제해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원장의 수술은 다르다. 척추뼈 사이의 자연적인 틈으로 내시경과 휘어진 기구를 넣고, 노화로 두꺼워진 인대 등만 제거한다. 뼈 구조를 보존하면서도 신경 압박이 충분히 해소됐는지는 수술 전·후 MRI 영상으로 확인한다.

이 원장은 “뼈를 건드릴수록 부작용도 크다”며 뼈 절제가 가져오는 장기적 불안정을 경고했다. 허리가 안정성을 잃어 흔들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군데를 고정(유합술)하면 다른 부위가 무너져 나사를 더 박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원장은 “피부를 적게 째는 것보다 중요한 건 뼈를 얼마나 보존하느냐다. 나이와 함께 뼈가 이미 약해져 있는데 이를 건드리면 무너지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그의 출발은 정형외과 내시경 전문의였다. 어깨·무릎 등 관절 분야 내시경 수술을 1만 건 이상 집도하며 익힌 양손 사용 숙련도를 척추 내시경에 접목했다. 어깨·무릎과 달리 척추에선 보통 한 손으로만 수술 기구를 다룬다. 이 원장은 “손을 바꿔가며 내시경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쓰면 어떤 방향에서든 시야가 확보되고, 뼈 절제 없이 신경을 감압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서로 다른 분야 간의 경험이 맞물리며 척추 내시경 수술에 새로운 방식이 만들어졌다.



무수면 유도 하반신 마취로 수술

척추 협착은 서서히 진행된다. 처음엔 걷는 양이 줄고 다리 근육이 마르며 우울감이 찾아온다. 몸이 늙어간다는 신호다. 그런데도 많은 환자가 척추 수술을 두려워하고 망설인다. 한번 수술하면 끝이라는 말, 나사 박으면 못 걷는다는 소문, 수술하고 더 아팠다는 경험담 때문이다.

이 원장은 “그 시절의 수술과 지금은 다르다”며 “평균 수명이 길어진 지금, 보행의 자유를 잃고 나서야 수술을 고려하면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저 질환으로 전신 마취가 부담스러운 고령환자도 무수면 유도 하반신 마취로 안전하게 내시경 수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새길병원에서는 자체 개발한 협착 환자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으로 회복을 돕는다. 병동 교육은 물론 의료진이 교육하는 유튜브와 SNS 운영을 통해 일상에서의 걸음 회복까지 이어간다. 환자의 경과를 가장 잘 아는 수술자가 결과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약 4년 전, 이 원장은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골절제 없는 감압술을 집도했다고 한다.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해드릴 만큼 준비됐었다’는 말이 그의 확신을 보여줬다. 80대의 의료계 은사 부부도 그에게 허리 수술을 맡겼다고 했다. 새길병원을 찾는 환자의 90% 이상은 전국 각지에서 온다.

이 원장의 수술법은 여전히 낯설다. 기존 정석과 다르고 누구도 먼저 가지 않았던 길이다. 오늘도 그는 묵묵히 수술대에 선다. 데이터를 쌓고 수술 전후 MRI를 비교해 효과를 입증하며 논문으로 기록을 남긴다. 수술방을 나설 때마다 스스로 ‘내 전략이 옳았는가’를 묻는다고 했다. 이 원장은 말했다.

“이건 척추 수술의 방향입니다. 회복한 환자의 걸음이 분명한 답이 됩니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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