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역사 바느질로 새겼다···설치 예술가의 어떤 '선언'
![홍영인, '퍼포먼스 다섯극을 위한 매뉴얼-원형 프레임 외벽', 2024,[사진 아트선재센터]](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fd67bbec-0928-4a3b-b60f-a50ed458616b.jpg)
![홍영인, '다섯 극과 모놀로그' 설치 전경. 남서원 촬영. [사진 아트선재센터]](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d7cfa273-6996-416e-b293-17a7e0519b5b.jpg)
영국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영인의 첫 국내 미술관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7월 20일까지)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9일 개막했다. 길이 40m에 달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다섯극'을 비롯해 동물 장난감 형상의 조각들과 사운드 설치 작품 '우연한 낙원'을 하나의 '공연'처럼 선보이는 독특한 전시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로 주목받은 홍씨는 동물을 소재로 한 작업으로 인간과 동물의 위계에 대해 질문하는 한편 바느질을 활용한 텍스타일 작업으로 우리 역사 속 여성 노동자들의 존재를 환기하며 '역사 새로 쓰기'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앞서 해온 작업의 맥락을 이으면서도 한층 더 감각적이고 실험적으로 보인다. 태피스트리와 오브제, 사운드와 어울려 퍼포머들의 퍼포먼스가 이뤄질 때 작품이 비로소 하나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8일 전시장에서 만난 홍씨는 "이번에는 전시장을 하나의 빈 무대라고 생각하고 작업했다"면서 "그동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내 이야기를 한데 모은 하나의 선언(스테이트먼트)"이라고 말했다.
![다섯극을 위한 매뉴얼 중 강주룡의 이야기를 담은 일부. [사진 아트선재센터]](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0de84400-3f86-4baf-9826-29b4435fc441.jpg)
![홍영인, '소품 8. 벨 스크린', 2024, 짚,골풀,도자기. 315x20x110cm. 남서원 촬영. [사진 아트선재센터]](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5a9ef3ec-81af-49a3-8e7a-5f456776e4d9.jpg)
삽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작가가 12세기 잉글랜드의 바이외 태피스트리(Bayeux Tapestry)로부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했다. 또 태피스트리 안쪽엔 울주 대곡리와 천전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착안해 추상화한 동물 형상과 기하학적 문양을 수놓거나 다른 소재를 붙이는 아플리케 기법으로 표현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가 동물원에서 본 동물들 놀이 도구에서 출발한 9점의 수공예 조각이 놓였다. 사람들이 머리에 짐을 받칠 때 쓰는 '똬리', 제주 전통 굿에서 사용된 무구 '기메' 등을 조형적으로 재해석해 짚으로 엮은 작품들이 눈에 띈다. 각 조각 작품은 퍼포먼스가 열릴 때 소품이 된다. 태피스트리는 제의, 즉 퍼포먼스를 위한 매뉴얼, 조각은 제의에 쓰이는 신성한 사물인 셈이다.
홍씨는 "태피스트리가 단지 과거를 기록하는 장치가 아니라, 지워진 역사와 잊힌 존재를 다시 불러내는 제의적 공간이 되길 바랐다"며 "한 명의 드러머와 네 명의 퍼포머들이 소품을 이용해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일 때 제례가 완성되는 것으로 구상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영국 브리스톨 스파이크 아일랜드에서 열린 전시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먼저 소개됐다. 이번 전시 중엔 오는 24일, 6월 14·28일, 7월 12일 오후 2시에 퍼포먼스가 열린다.
![수공예로 제작된 조각 작품이 놓인 전시장 모습. [사진 아트선재센터]](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2/64c39aeb-3013-472a-9987-05471d5c2e22.jpg)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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