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퀴 떼고, 공정하게 시합해!” 외친 열세 살 소녀... 무슨 일

" 시합해. 정정당당하게. 물갈퀴 없이! "
수영할 때 숨통이 트이는 열세 살 소녀, 석영(이예원). 원치 않게 할머니 댁으로 이사한 석영은 수상한 아이를 만난다. 물갈퀴가 있는 열두 살 소년, 우주(양희원)다.
소년은 배우지도 않은 수영을 해내고, 한 번에 코치의 이목을 끈다. 발가락 사이에 달린 물갈퀴 덕분이다. 석영은 그런 우주가 얄밉다. 그래서 우주를 붙잡고 외쳤다. 물갈퀴 없이, 자유형 25m로 승부를 보자고. 14일 개봉하는 류연수(32) 감독의 첫 장편영화 ‘보이 인 더 풀’(Boy in the Pool)은 이런 장면으로 시작한다. 단 몇 줄로 줄이기 힘든, 아름다운 화면이 서사 속 켜켜이 쌓였다.

류 감독은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 지난해 ‘보이 인 더 풀’로 KAFA(한국영화아카데미)를 마쳤다. 작품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고, 가오슝영화제와 헝가리한국영화제 등에도 초청됐다.

2부 격인 2013년, 그 소재는 더욱 부각된다. 특별해지고 싶었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19살의 석영(효우) 앞에, 물갈퀴가 옅어진 18살 우주(이민재)가 등장하면서다. 이때쯤 ‘물갈퀴’는 ‘재능’으로도 읽힌다. 누구나 할 법한 재능에 대한 고민을 판타지 소재로 풀어낸 감독의 독특한 발상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유선으로 만난 류 감독은 “어릴 때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빨리 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지나고 보니 그 순간을 겪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울퉁불퉁하던 나라는 사람이 여러 곳에 부딪히며 성장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석영과 우주 역시 서로에게 부딪히며 성장해간다.

청량한 화면은 감독과 스태프들이 발 벗고 뛰어 찾은 결실이다. 시나리오를 그대로 옮긴듯한 수영장은 부산에서, 6개월을 찾아 헤맨 바다는 여수의 한 해변에서 만났다.

18살의 우주를 연기한 이민재(25) 배우는 영화 ‘살아남은 아이’(2018) 단역으로 데뷔한 신인이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의 고현탁으로 출연 중이다. ‘보이 인 더 풀’로는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남녀주인공이 나오지만, 로맨스를 덜고 성장담에 집중해 담백하다. 짙은 푸른색으로 채운 화면은 눈을 즐겁게 한다. 89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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