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특급 골잡이 안부럽다...골키퍼 전성시대

조현우는 '페널티킥 전문가'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제주 SK와의 2025시즌 K리그1 13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유리 조나탄의 페널티킥을 몸을 날려 쳐내며 울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조현우는 직전 라운드였던 지난 5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도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선방해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축구에서 보통 페널티킥 성공률은 80%로 골키퍼가 불리하다. 조현우는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페널티킥 직전 조준호 골키퍼 코치에게 달려가 킥커의 슈팅 습관과 정보를 전달받는 노련함을 보였다. 두 경기에서 승점 4를 수확한 울산(승점 24)은 두 경기 연속 결정적인 페널티킥 선방을 펼친 조현우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3위로 올라섰다. 만약 조현우가 두 차례 페널티킥을 막지 못했다면 울산은 5위로 밀릴 수 있었다. 조현우는 "페널티킥 선방은 공격수의 득점 순간만큼이나 짜릿하고 귀중하다. 선방의 가치는 골과 같다. 골키퍼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라고 말했다.
이창근은 경기마다 '신들린 선방쇼'를 펼친다. 그는 대전은 지난 10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슈팅 23개(유효 8개)를 허용했는데, 그때마다 이창근의 선방이 나오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서울은 경기를 압도하고도 마지막 이창근을 넘지 못해 0-0으로 비겼다. 이창근의 슈팅 방향 예측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지난 6일 전북전에서도 전반 19분 전진우의 헤딩슛, 전반 21분 강상윤 왼발슛 등 상대의 결정적인 골 찬스를 비롯한 13개의 슈팅에 단 1실점만 내주며 대전이 1-1로 비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울·대전을 상대로 주도권을 내주고도 무승부를 챙긴 대전(승점 28)은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송범근은 '수퍼세이브 달인'이다. 송범근은 지난 3일 11라운드 서울전에서 뛰어난 반사신경을 선보이며 유효 슈팅 8개를 모두 막아냈다. 그가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준 덕에 전북은 1-0으로 이겼다. 송범근은 1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골키퍼가 라운드 MVP로 뽑히는 건 드문 일이다. 지난 시즌 총 38라운드 중 겨우 네 차례뿐이었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경기력이 필요한데 송범근의 기량이 그렇다"고 칭찬했다. 전북(승점 25)은 리그 2위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좋은 골키퍼는 한 시즌 동안 팀에 많게는 15점의 승점을 안길 수 있다. 승수로 따지면 5승 정도인데, 웬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영향력이다. 우승도 마찬가지, 현재 선두권은 모두 뛰어난 골키퍼를 보유한 팀"이라고 분석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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