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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미국 우선주의’ 아니라고 새 교황에 좌표 찍는 마가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미국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지난해 7월 중순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여느 대선 후보 선출 행사와는 사뭇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총격 암살 미수 사건 이틀 뒤 개최된 전대는 새 대선 후보를 향한 뜨거운 지지 열기에 간발의 차로 화를 면한 트럼프를 두고 “신이 구한 영웅”이란 서사가 더해지면서 흡사 거대한 ‘종교단체 부흥회’ 같은 컬트적 풍경이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 체감한 신격화의 묘미를 잊지 못했던 걸까. 그는 최근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 선종 후 자신을 교황 모습으로 합성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신성 모독 논란을 불렀다.

지난 1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주일 기도를 집전하는 교황 레오 14세. [AFP=연합뉴스]
절대 패권국 출신 교황은 없다는 불문율을 깨고 미국 시카고 태생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레오 14세)에 선출되면서 미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같은 미국 땅에서도 완전히 분위기가 다른 쪽이 있다. ‘마가(MAGA)’로 대표되는 극우 보수 진영이다.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새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를 두고 “바티칸의 또 다른 마르크스주의 꼭두각시”라고 ‘저격’했다. 새 교황이 인종 정의를 지지하고 강경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등 ‘아메리카 퍼스트’의 대척점에서 섰다는 이유에서다.

레오 14세의 정치적 성향은 사실 불분명하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지향점을 유추해볼 따름인데,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글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실어나른 흔적을 볼 때 진보 개혁 성향의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노선을 계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르크스주의자’로 낙인 찍고 매도하는 것은 도를 넘는 지나친 공격이다. 레오 14세는 동성애나 낙태권 문제 등에서 가톨릭 정통 교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급진 좌파이기는커녕 오히려 2012년 이후 세 차례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에 참여한 기록도 있다. 굳이 이념적 스펙트럼을 따진다면 진보와 보수의 양극단에 서기보다 신앙적 양심에 기반해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균형을 추구하는 ‘중용의 사목자’라는 게 다수의 평가다.

그런 새 교황을 벌써부터 ‘아메리카 퍼스트’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좌표를 찍고 이념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교황은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미국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평화의 사도’다. 새 교황이 전쟁과 증오, 갈등에 빠진 인류에 평화와 화합, 포용의 새 길을 밝혀주길 기원한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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