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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시시각각] 경제대연정이란 행복한 상상

서경호 논설위원
“감세로 무너진 나라를 감세로 일으켜세울 수 없다. 포퓰리즘,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적인 감세 주장은 무책임한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세가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뛰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출사표 삼아 쓴 책 『분노를 넘어, 김동연』의 한 대목이다. 정책과 예산을 다뤄본 경제부총리 출신이라서 참고할 만한 정책이 꽤 있다. 김 지사는 포퓰리즘은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건전재정론자’는 아니다. “재정정책에 불변의 정답은 없다. 확대재정, 긴축재정, 건전재정은 국가 경제가 처한 상황에 맞추어 정하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하면서 말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에 비판적이다.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데 말이 건전재정이지 경상성장률을 밑도는 긴축재정을 했다. 역주행도 그런 역주행이 없었다”고 본다.

지난달 29일 오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청 서희홀에서 열린 도정점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청
“경제만큼은 연정 수준의 협력을”
증세 필요성도 거론했던 김동연
공약 우선순위·재정소요 고민을

대선 경쟁에서 이미 탈락한 김 지사의 책 얘기를 꺼낸 건, ‘경제대연정’이라는 그의 주장이 남은 대선과 그 이후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해서다. 이번 대선에서 월등히 앞서 가는 후보가 있고 입법부와 행정부를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거대권력 등장이 유력해졌는데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정치권력을 나누는 대연정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취지의 대연정이다. “경제만큼은 이념과 프레임 논쟁에서 벗어나 여야 간에 책임 있는 결정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연정 수준의 토론과 협력을 하자”는 거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모험자본 투자 규제 완화 등의 ‘기회 경제 빅딜’, 지역으로 가는 대기업과 대학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균형 빅딜’, 간병비 부담을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경제 빅딜’ 등을 제안했다. 가장 주목한 대목은 다음이다. “향후 5년간 국가채무 비율이 5%포인트 올라가는 것을 감수하자고 국민에게 호소하자. 그렇게 만든 총 200조원을 경제 빅딜을 이루는 데 집중 투자하자.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증세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랏빚(중앙·지방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포함) 비율은 54.5%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숨만 쉬고 가만있어도 나랏빚은 늘어나니 건전재정을 자랑하던 호시절도 이젠 옛날 얘기다.

나는 미래의 국가 청사진과 함께 향후 5년간 나랏빚이 5%포인트 늘어나는 걸 감수하자고, 또 필요하면 증세하자는 김 지사의 용기 있는 주장을 높이 평가한다. 표 달라고 하면서 국채 발행이나 증세 필요성을 솔직하게 밝히는 건 쉽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아동수당 확대와 농어촌기본소득 등의 공약 이행에 100조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종합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등의 감세 공약에는 70조원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주하던 트럼프의 관세 폭탄과 연방준비제도 압박에 제동을 건 게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다. 반(反)시장 정책과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정을 채권 투매로 응징하는 투자자들이다.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 나랏빚이 5%포인트 늘어나도 괜찮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땡빚을 내서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현금 살포에 허비하는지, 미래에 투자하는지 매서운 눈으로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경제대연정은 어떤 국가사업이 필요하고 우선순위가 어떠해야 하는지 정치권과 국민의 공감대를 넓혀 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재명·김문수 후보가 똑같이 공약한 인공지능(AI) 투자와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중에 무엇이 우선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정 소요를 고민하는 뒷감당(?)까지 대선 후보들이 과연 할 수 있을까. 별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런 상상만으로도 잠시 행복했다.





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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