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관세전쟁 90일간 휴전…안심은 아직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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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세 유예 합의로 불확실성 일부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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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1%대…저성장 타개할 공약 절실
간만에 전해진 희소식이지만 한국 경제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경제동향’에서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며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 위축 등에 따른 내수 부진 속에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미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지난달 6.8% 감소한 대미 수출액은 이달 들어서도 회복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1분기 역성장(-0.2%)에 이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올해 0%대 성장 전망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저성장 공포가 더 커지는 건 떨어지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을 1.98%로 전망했다. 2017년 이후 1.02%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로,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서도 하락세가 유난히 가팔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KDI와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미 올해 잠재성장률을 각각 1.8%와 1.9%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은 채 노동과 자본 등 나라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 이 정도라는 건 심각한 문제다.
한국 경제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는 줄고 있다. 성장을 이끌 자본 투자와 혁신을 통한 기술 개발도 주춤한 상태다. 각종 규제와 제도는 혁신에 앞장서야 할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인공지능(AI) 기술 혁명 등 대외 여건도 엄혹하다.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11일 경제 5단체가 사상 처음 공동으로 대선후보에게 제언한 차기 정부의 100대 정책 과제에는 이런 위기감이 드러났다. 이들 단체는 “저성장이 뉴노멀로 굳어지는 상황 속에 과거의 성장 공식은 통하지 않고 새로운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산업 육성과 보호무역 시대의 생존 전략, 노동시장 개혁 등의 추진을 제안했다.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전략은 촌각을 다투지만 ‘경제 살리기’를 내건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포퓰리즘 정책으로만 점철돼 있다. 표심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지만 산업 구조 개편과 노동 개혁 등 고통스럽지만 해야 하는 일은 하겠다는 결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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