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다리신다'…젤렌스키, 시간끄는 푸틴에 연일 휴전압박
트럼프를 지렛대로…정상회담 제안 이어 트럼프까지 초청 국면전환 승부수…트럼프, 젤렌스키 3자회담안 수용 가능성
트럼프를 지렛대로…정상회담 제안 이어 트럼프까지 초청
국면전환 승부수…트럼프, 젤렌스키 3자회담안 수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때 자신을 겨냥한 비판에 열을 올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외교적 지렛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톱다운식 담판 성향, 지구촌을 향한 쇼맨십 등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을 자극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면적, 무조건 휴전을 압박해가는 방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우리 모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함께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의 3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조건적 휴전 압박에 따른 외교전에서 전격적으로 투척된 또 하나의 국면전환 카드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유럽,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외교전은 긴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8일 무조건 휴전 제안에는 러시아를 향한 불만이 내포돼 있었다.
그간 러시아에 친화적이고 우크라이나에 적대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의 첫 단추인 휴전 불발과 거듭된 협상 지연에 심기가 불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적극적으로 휴전에 응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문제의 원흉이 되는 모양새가 됐다.
악재를 직감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직접 대화를 전격 제의하며 기류 변화를 막기 위한 반격에 나섰다.
오는 15일 튀르키예에서 회담을 열자는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하며 짐짓 휴전 의지를 과시하려는 역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튀르키예로 나와 정상회담을 열자며 바로 재차 압박을 가했다.
이렇다 할 반응이 없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거기에 더해 튀르키예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까지 참석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는 휴전 의향이 없는 푸틴 대통령을 향한 외교적 압박을 트럼프 대통령을 앞세워 최대 수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튀르키예로) 날아가겠다"며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미묘하게 우호적인 언행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압하는 톱다운식 휴전 합의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장기 계획에 상당한 리스크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괴뢰정권 수립), 탈군사화(외국군을 비롯한 군사력 축소)를 궁극적 전쟁 목표로 삼고 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완승해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시간을 끄는 것으로 본다.
특히 러시아에 친화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달간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 목표를 이룰 전략적 자산처럼 여겨진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한때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종전을 통해 외교적 치적을 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러시아의 지연작전으로 차질을 빚자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4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의 '30일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러시아, 우크라이나 어느 쪽이든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휴전 제안을 거부한 상태로, 이대로면 제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백악관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해 놓고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벌이던 올해 2월 말과는 확연히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4시간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장담이 우습게 돼버린 까닭에 심사가 불편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계기가 생긴다면 더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초 푸틴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유럽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기만술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겉으로는 대화를 추진하지만 실제 속셈은 우크라이나 공세를 계속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까지 이어진다면 이런 기만전술이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 트럼프 대통령 초대는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상당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
회담에 응한다면 나치로 규정한 젤렌스키 정권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응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 태도를 잃는 진퇴양난이다.
WSJ은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크나큰 양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정상회담에 참석하면 그를 정식 협상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발발한 2022년 벨라루스, 튀르키예 등지에서 실무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협상은 영토 양보와 같은 젤렌스키 정권이 당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 때문에 교착을 되풀이하다가 그해 6월을 끝으로 중단됐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전명훈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