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턴'으로 약점 노출 트럼프…"한·미 관세협상에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5%에 달했던 대중국 관세를 한 달여만에 30%로 낮추며 중국과 ‘관세 휴전’에 합의하자, 현지에선 “미국이 한계를 노출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무역)관계의 완전한 재설정(total reset)을 이뤘다”며 승리를 주장했지만, “추가 협의를 이어간다”는 것 외에 중국측의 구체적 양보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에서 “양국이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접근 방식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며 “관세가 오히려 미국 기업에게 부담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부과 결정 이후 중국 공장에서의 수입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상당수의 미국 수입업체는 파산 상황에 내몰렸다. NY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미 업체들은 미·중 간의 관세 유예 발표 직후 현지 공장을 급하게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NYT에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거의 완전한 후퇴를 의미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보복이 효과를 거뒀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미국이 14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난달 대미 수출이 21% 감소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은 21% 급증하며 수출선을 빠르게 다변화했다.
반면 중국에 공산품의 상당수를 의존하는 미국 시장의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관세 시행을 앞두고 수입이 급증하며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3% 역성장했다. 3월 무역수지 적자는 1405억 달러(약 199조원)로 전달보다 14%나 늘었다. 이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전 세계에 적용하는 상호관세를 불과 13시간만에 90일간 유예했다. 중국에 대해선 145%의 관세를 유지했지만, 대중 관세도 결국 한 달만에 유예를 결정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1기 때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는 데도 중국을 너무 쉽게 본 측면이 있다”며 “다만 현재 상황은 패권 경쟁의 구도보다는 사실상 ‘왕’으로 군림하는 시 주석에 비해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력 차이에서 비롯된 압박을 버텨낼 수 있는 정치적 내구성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미국 기업들의 관세 인하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자동차 등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는 분야는 관세 유예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지만, 테슬라·GM·포드 등 미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등했다. 자동차 업체들도 결국 품목 관세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팀 쿡(애플 최고경영자)과 통화했다”며 “그는 500억 달러(약 71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많은 공장을 건설할 것이고, 이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9월 출시할 아이폰17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는 대중국 펜타닐 관세(20%)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인의 필수품인 자동차와 아이폰 가격이 인상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매장의 진열대가 비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중)관계를 재부팅하고 있고, 90일 안에 더 광범위한 거래가 이뤄질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관세 휴전을 맺은 결정적인 배경이 미국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전반적 디커플링(generalized decoupling)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략적 필수품(strategic necessities)을 위한 디커플링”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전략적 필수품과 관련해 “우리는 철강을 자체 생산할 것이고, 필수 의약품이나 반도체에도 (관세가)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중국에 생산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일반 소비재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배포한 성명에서 “관세 유예는 일시적 해결책으로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관세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고, 3개월은 양국 간의 다양한 논쟁적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극도로 짧은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이어 “이런 종류의 협상은 보통 1년이 훨씬 넘게 걸리는데, 미국의 협상가들은 상호관세를 피하는 데 관심이 있는 여러 나라와 동시에 협상하는 등 너무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며 “제3국들, 특히 (한국 등) 아시아의 파트너들은 이러한 (미·중의) 긴장 완화를 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태화.조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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