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중 관세휴전에도 "침체위기 피했다 단언 이르다"
"휴전 다행이지만 여전히 높은 관세율 '30%'…침체 가능성 남아있어" "불확실성도 여전, 불필요한 공급망 차질…투자자·기업 불안 계속"
"휴전 다행이지만 여전히 높은 관세율 '30%'…침체 가능성 남아있어"
"불확실성도 여전, 불필요한 공급망 차질…투자자·기업 불안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과 중국이 12일(현지시간)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이 경제침체 위기를 완전히 피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중 관세 휴전은 며칠 전 상황에 비하면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관세는 여전히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고 불확실성은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진행한 양국은 90일간 상호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하고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다. 치킨게임을 벌이며 대치하던 양국이 전격 합의하자 시장은 환호했지만 이미 손상된 신뢰와 무역 흐름을 하룻밤에 회복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 경제에서 이처럼 짧은 시간 사이 수많은 충격이 몰아친 전례가 없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거나 대응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미 CNN 방송은 지적했다.
일단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피터 부크바는 이날 보고서에서 "다행히 양측이 모두 크리스마스를 구하기로 했다"며 "미국 측은 많은 중소기업의 실존적 위기에 귀를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세재단의 에리카 요크 부사장은 이번 미중 합의에 대해 "미국 경제에 곧 닥칠 재앙적인 결과를 막았다"며 이는 트럼프 경제팀이 대중 관세 145%가 얼마나 재앙이 될지 깨달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CNN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매장의 텅 빈 선반과 무역 전쟁 심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의의 결과물인 대중 관세율 30% 역시 올 초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중국, 영국과 체결된 무역 협정을 바탕으로 미국의 유효관세율을 13.7%로 추산했다. 이전 21.3%에 비하면 내려갔지만, 여전히 1910년 이후 가장 높다.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수준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내년 이 시기엔 미국 물가상승률은 1%포인트(P) 이상 오르고 국내총생산(GDP)도 1%P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도 완화되긴 했지만 사라진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마크 잔디는 올해 미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까지 높였다가 현재는 45% 수준으로 추산했다. 미중 합의에도 침체 가능성을 확 낮추지는 않은 것이다.
미시간대 저스틴 울퍼스 경제학 교수도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의 무역 정책과 경제 전망이 "어제보다 오늘 훨씬 나아졌다"면서도 "오늘의 상황은 취임식보다는 훨씬 나쁘다"고 적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 해방일'이라 부르며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실제로 모든 관세가 발효된다면 미 경기 침체 가능성은 75%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제 그 가능성을 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는 CNN에 "전혀 불필요한 공급망 차질이 발생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관세라는 무기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특정 부문의 관세는 여전히 남아있고, 목재, 반도체, 의약품, 구리, 주요 광물, 트럭에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상무부는 항공기, 제트 엔진과 관련 부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추가 관세 위험을 고려해 향후 1년간의 경기 침체 가능성 55%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파격적인' 수준의 관세 인하에도 전례 없는 수준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기업들은 계속 불안한 상태다.
울퍼스 교수는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90일간 조용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며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지만, 정말로 좋은 소식은 누군가가 그에게서 그 버튼을 아예 치워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연숙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