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귀신' 만난 영어 오페라 온다…예술의전당서 25일 초연
장인(匠人)이 천이 덮인 수레를 들춘다. 수레 속에 든 것은 물시계의 재료다. 장인은 “이건 시간을 상상하는 방식”이라며 재료 몇 개를 들어 올려 “그저 보라”고 말한다. 그 말에 평상 위에 누워있던 제자(테너 로빈 트리츌러)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일어선다.
25일 첫선을 보이는 예술의전당 신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이하 물의 정령)의 첫 장면이다. 예술의전당은 13일 오후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습실 리허설을 선뵀다. 5분 남짓의 첫 곡은 피아노 선율과 함께 흐르는 듯한 물시계 장인(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전작과 달리 ‘물의 정령’은 대본부터 음악까지 모두 예술의전당이 직접 기획·제작을 했고, 예술의전당 최초의 영어 오페라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물과 관련한 기이한 일이 생기는 한 왕국을 배경으로, 병든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물시계 장인이 소환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물시계’와 ‘물귀신’이라는 한국적 요소를 오페라의 중심 소재로 활용했다. 장인과 공주 역(役)에 여성 성악가를 내세워 ‘정통 스타일’이 많은 오페라 장르에 신선함을 부여했다.


물은 극 전개에 주된 요소로 활용된다. 핀스터러는 “타악기, 워터폰 등을 통해 물을 표현하고,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도 ‘흘러가는 듯한’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공연 30분 전부턴 아르떼뮤지엄과 협업해 영상작품 ‘스태리 비치(Starry Beach)’를 상영한다.
예술의전당 서고우니 공연예술본부장은 “이탈리아어나 독일어로 공연되던 장르인 오페라를 영어로 제작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창작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거문고의 선율을 더하는 등 동양적 요소가 포함됐으나, 영어를 기반으로 라틴어와 한국어를 적절히 섞어 더 많은 관중에게 닿을 수 있게 했다.

‘물의 정령’의 연출은 예술의전당과 콘서트 오페라 ‘투란도트’(2017), ‘람메르무어의 루치아’(2020) 등을 연출한 스티븐 카르가 맡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데드맨 워킹’ 등을 지휘한 스티브 오즈굿이 지휘봉을 잡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 노이 오페라 코러스가 합창한다.
공연은 140분(인터미션 20분) 동안 펼쳐진다. 총 3회차로, 25·29·31일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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