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의 마켓 나우] 약한 달러 추구의 함정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명맥을 유지하던 금본위제도가 사실상 끝났음을 뜻했다. 금과의 고리가 붕괴되자 정부는 자유롭게 돈을 찍어냈다. 인플레이션이 악화했다. 닉슨은 물가와 임금 통제로 대응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닉슨은 헨리 키신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급파해 ‘페트로달러’ 비밀협약을 맺었다. 원유 결제에 달러만 사용하게 해 국제결제통화의 지위를 겨우 지켰다. 하지만, 국제시스템을 개선하려던 닉슨의 시도는 혼란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달러화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전직하했다. 1970년대 초 85%에 달했던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 점유율은 1991년 46%까지 낮아졌다. 미국이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에서 심각한 쌍둥이 적자를 보였기 때문이다.
재정수지는 1966년 적자 전환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재정적자는 3000억 달러에 근접했다. 클린턴 2기 정부의 재무장관인 로버트 루빈은 “강한 달러가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라고 선언했다.
강한 달러 정책을 통해 해외 투자를 유인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경제는 전후 최장기 호황을 이어갔다. 하지만 달러 강세로 경쟁력이 약화되자 제조업은 미국을 떠났고 무역적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트럼프 정부는 강한 달러 정책을 폐기하려 한다. 제2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관세를 부과해 제조업 경쟁력 회복과 무역수지 개선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위적 국제금융시스템 조정은 큰 후유증을 남긴다.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페드시그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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