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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의 심리만화경] 가족이 제일 어려워

최훈 한림대 교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린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소중한 집단. 사랑스러운 대화만이 오가야 할 것 같은데….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족이 제일 어려워.

가족 간 대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할 때가 많고, 가까워서 범해지는 무례한 말투도 문제가 된다. 또 대화가 항상 바쁘고 지쳤을 때 이루어지는 면도 있다.

김지윤 기자
심리학에서 친밀한 관계일수록 의사소통의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친밀-소통 편향이라 하는데, 그 중심에는 친밀한 사람은 나를 더 잘 이해할 것이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에게 뜻이 애매모호한 문장 10개를 말하게 하고 상대가 얼마나 이해했을지 예측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결혼 14년 차 부부였는데, 자신의 배우자가 낯선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문장을 이해했을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주어진 문장이 똑같은데 배우자라고 별수가 있겠는가? 실제 이해도는 배우자나 낯선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친밀한 사람이면 내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다른 사람에게 말로 지시를 내려야 했는데, 오직 참가자만이 모든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상황을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낯선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정확한 지시를 내렸지만, 친밀한 사람에게는 자신과 동일한 장면을 보고 있으리라는 가정하에 거칠게 지시를 내려 오류가 많았다.

가족은 나를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실제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믿음이 대화에서 많은 생략을 낳는다. 낮에 회사에서 무척이나 힘든 상황을 보내고 집에서 가족에게 이야기할 때 왜 힘들었는지 세세하게 말해주는 친절함은 없다. 심지어 말하지도 않는다. 힘든 표정으로 앉아 있으면 가족은 내 마음을, 상황을 다 이해해 주겠거니 믿을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 가족. 가장 친절한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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