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가족이 제일 어려워

가족 간 대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할 때가 많고, 가까워서 범해지는 무례한 말투도 문제가 된다. 또 대화가 항상 바쁘고 지쳤을 때 이루어지는 면도 있다.

심지어 친밀한 사람이면 내가 보는 것을 함께 보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다른 사람에게 말로 지시를 내려야 했는데, 오직 참가자만이 모든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상황을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낯선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정확한 지시를 내렸지만, 친밀한 사람에게는 자신과 동일한 장면을 보고 있으리라는 가정하에 거칠게 지시를 내려 오류가 많았다.
가족은 나를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실제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믿음이 대화에서 많은 생략을 낳는다. 낮에 회사에서 무척이나 힘든 상황을 보내고 집에서 가족에게 이야기할 때 왜 힘들었는지 세세하게 말해주는 친절함은 없다. 심지어 말하지도 않는다. 힘든 표정으로 앉아 있으면 가족은 내 마음을, 상황을 다 이해해 주겠거니 믿을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 가족. 가장 친절한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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