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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소년이 온다』가 쏘아올린 5·18의 기억법

최경호 광주총국장
“적십자병원 개방에는 『소년이 온다』 영향이 컸습니다. 한강 작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알리는 데 또 한 번 기여한 것입니다.”

청년 창작그룹 모이즈의 이준호(30) 대표가 지난 7일 옛 광주 적십자병원에서 한 말이다. 그는 5·18 45주기를 앞두고 적십자병원 임시개방 행사를 기획·지휘했다. 그는 “적십자병원 개방이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기폭제가 되길 빈다”고 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후 광주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5·18 역사탐방길이 열리고, 『소년이 온다』 속 배경지를 도는 ‘소년버스’가 운행된다. 5월 한 달간 개방된 적십자병원도 소설 배경 중 한 곳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 배경지인 옛 광주 적십자병원이 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기 기념일을 맞아 임시 개방됐다. [중앙포토]
적십자병원은 5·18 때 계엄군의 총칼에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치료를 받은 공간이다.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후에는 “환자를 치료할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대규모 헌혈이 이뤄졌다. 혈액관리본부 등은 5·18을 한국에서의 자발적인 헌혈이 이뤄진 시작점으로 본다. 현재 적십자병원에는 80년 5월의 헌혈과 치료 모습이 담긴 사진·영상 등이 전시돼 있다.

올해 개설된 ‘소년의 길’도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했다. 5·18 현장을 되밟으며 걷는 도보 탐방 코스로 짜여졌다. 한강 작가가 유소년 시절을 보낸 북구 중흥동 일대와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 245 등이 포함돼 있다.

『소년이 온다』 속 사적지를 돌아보는 ‘소년버스’도 오는 16~30일 운행된다. 이용자가 광주투어버스 앱을 통해 정류장을 선택하면 차량이 가는 수요응답형(DRT) 버스다. 한강 작가가 다녔던 효동초교를 비롯해 전남대~광주역~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오간다.

『소년이 온다』 덕분에 5·18 행사가 풍성해졌지만, 시민들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대선 정국에서 45주기 기념식이 정쟁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광주에서 5·18을 ‘광주사태’라고 표현했다가 “군사 반란세력의 표현”이라는 반발을 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보수단체 등과의 충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단체들은 지난 2월 15일 광주에서 3만여명이 모여 계엄을 옹호하는 집회를 열었다. 80년 5월 시민들이 계엄군과 맞서 희생됐던 옛 전남도청에서 300m가량 떨어진 장소였다. 이들은 5·18기념식 당일에도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5·18은 북한이 주도한 폭동”이라고 주장해온 보수 유튜버들의 방문도 논란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5·18 때 숨진 지 45년. 갓난아이가 중년이 된 시간 동안 우리 민주주의는 나이만큼 성숙해졌을까. 스스로 반문해봐야 할 때다.





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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