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소년이 온다』가 쏘아올린 5·18의 기억법

청년 창작그룹 모이즈의 이준호(30) 대표가 지난 7일 옛 광주 적십자병원에서 한 말이다. 그는 5·18 45주기를 앞두고 적십자병원 임시개방 행사를 기획·지휘했다. 그는 “적십자병원 개방이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기폭제가 되길 빈다”고 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후 광주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5·18 역사탐방길이 열리고, 『소년이 온다』 속 배경지를 도는 ‘소년버스’가 운행된다. 5월 한 달간 개방된 적십자병원도 소설 배경 중 한 곳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 배경지인 옛 광주 적십자병원이 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기 기념일을 맞아 임시 개방됐다. [중앙포토]](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4/1807fef8-15f6-40c9-a3ad-cdad96e96c5f.jpg)
올해 개설된 ‘소년의 길’도 『소년이 온다』를 모티브로 했다. 5·18 현장을 되밟으며 걷는 도보 탐방 코스로 짜여졌다. 한강 작가가 유소년 시절을 보낸 북구 중흥동 일대와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 245 등이 포함돼 있다.
『소년이 온다』 속 사적지를 돌아보는 ‘소년버스’도 오는 16~30일 운행된다. 이용자가 광주투어버스 앱을 통해 정류장을 선택하면 차량이 가는 수요응답형(DRT) 버스다. 한강 작가가 다녔던 효동초교를 비롯해 전남대~광주역~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오간다.
『소년이 온다』 덕분에 5·18 행사가 풍성해졌지만, 시민들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대선 정국에서 45주기 기념식이 정쟁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광주에서 5·18을 ‘광주사태’라고 표현했다가 “군사 반란세력의 표현”이라는 반발을 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보수단체 등과의 충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단체들은 지난 2월 15일 광주에서 3만여명이 모여 계엄을 옹호하는 집회를 열었다. 80년 5월 시민들이 계엄군과 맞서 희생됐던 옛 전남도청에서 300m가량 떨어진 장소였다. 이들은 5·18기념식 당일에도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5·18은 북한이 주도한 폭동”이라고 주장해온 보수 유튜버들의 방문도 논란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가 5·18 때 숨진 지 45년. 갓난아이가 중년이 된 시간 동안 우리 민주주의는 나이만큼 성숙해졌을까. 스스로 반문해봐야 할 때다.
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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