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리의 시시각각]인질 정치, 그리고 더럽혀진 이름 보수

'진영 간 묻지 마 투표'라는 한국 정치 요약본 같아 혼자 피식 웃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과거엔 이렇게 대구와 호남이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거대 기득권 양당의 인질이 돼 고통받았다면, 지금은 사실상 전 국민이 인질 잡힌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보수당만 찍는 대구를 조롱하려 누군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 박영선 공동 선대위원장 발언을 담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전라도는?"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스레드 캡처]](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4/e3999244-ad44-4bd6-81c8-845af01a2328.jpg)
그런데 정치적 양극화와 국가적 경제 위기가 극에 달한 지금 여야 정치인들이 자기 기득권만 챙기는 이런 '인질 정치'가 영호남을 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거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핵심 지지층 볼모 삼은 거대 양당
국힘, 보수 가치 대신 협박 일삼아
무슨 염치로 이준석 완주 막을까
국힘, 보수 가치 대신 협박 일삼아
무슨 염치로 이준석 완주 막을까
온 국민에 생중계됐듯이 국민의힘 지도부(비대위)는 당내 경선으로 뽑힌 김문수 후보 지위를 일방적으로 박탈한 후 10일 새벽 무슨 비밀 군사 작전하듯 밀실 결정으로 딱 한 시간만 후보 등록을 받아 한덕수 전 총리의 입당 원서와 대선 후보 등록 서류를 동시에 받았다. 당내 경선 참여는커녕 당원조차 아닌 사람, 게다가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책임을 나눠 져야 할 인물을 대선 후보로 무임승차시키려다 망신을 넘어 신뢰를 잃었다.
이 사태 주역이자 "알량한 후보 자리" 어쩌고 하며 김 후보를 모욕하던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후보 교체 무산 후 급표변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절차적 정당성이나 투명한 공정성 원칙 같은 보수적 가치는 진작에 내다 버려 보수라는 이름을 더럽힌 이들이 '이재명 포비아'를 자극하며 보수층에 또 표를 구걸하는 걸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히다. 권 원내대표는 공동 선대위원장이 되자마자 "김문수냐 이재명이냐 대한민국 전쟁이 시작됐다"며 공포 마케팅부터 꺼냈다.

보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런 당과 후보가 "우파 표 나뉘면 안 된다"며 협박하는데 보수는 표를 줘야 하나. 보수 표, 원래 당신들 표 아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완주를 기원한다.

안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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