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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시각각]인질 정치, 그리고 더럽혀진 이름 보수

한덕수 전 총리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무임승차 시도가 무산된 후인 지난 11일 김문수 후보(오른쪽)와 한 전 총리가 회동 후 포옹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무리한 밀실 후보 교체 시도는 보수 가치는커녕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마저 무너뜨린 막장극이었다. 중앙 포토
정치 시즌답게 SNS 피드가 대선 관련 각종 밈과 짤로 어지럽다. 그중 "대구에선 1번 찍는 게 습관화, 이번에도 1번 찍으면 된다"는 큼지막한 글자가 박힌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확대해보니 2017년 대선 당시 원내 1당이라 기호 1번을 받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발언이었다. 무조건 보수 정당만 찍는 대구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올린 듯한 8년 전 옛 사진 포스팅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전라도는 그럼 습관대로 (보수가 의석수 우위였던 시절 민주당 기호인) 2번 (국민의힘 김문수) 찍어야지. "

'진영 간 묻지 마 투표'라는 한국 정치 요약본 같아 혼자 피식 웃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과거엔 이렇게 대구와 호남이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거대 기득권 양당의 인질이 돼 고통받았다면, 지금은 사실상 전 국민이 인질 잡힌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보수당만 찍는 대구를 조롱하려 누군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 박영선 공동 선대위원장 발언을 담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전라도는?"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스레드 캡처]
거대 양당은 선거철엔 어김없이 "보수의 심장"이라느니 "민주화의 성지"라며 대구와 광주(호남)를 추앙하는 척했다. 하지만 "전략 투표" 운운하는 협박성 정치 공학을 앞세워 다른 정치적 대안이 없다고 여기는 지역 핵심 지지층 유권자들의 몰표를 받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하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대구의 1인당 지역 총생산은 30년째 17개 시도 평균을 한참 밑도는 꼴찌고, 광주는 복합 쇼핑몰 하나 없어 2022년 대선 때 공약으로 등장했을 만큼 경제적으로 낙후했다. 실질적인 일당 지배 체제라 행정부와 의회의 상호 견제 없는 토착 비리도 빈번하다. '인질 정치'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치적 양극화와 국가적 경제 위기가 극에 달한 지금 여야 정치인들이 자기 기득권만 챙기는 이런 '인질 정치'가 영호남을 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거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핵심 지지층 볼모 삼은 거대 양당
국힘, 보수 가치 대신 협박 일삼아
무슨 염치로 이준석 완주 막을까
이재명 후보의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소추 남발과 법관 압박으로 '행정부 무력화와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 눈엔 지난 10일 한밤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 막장극을 펼친 국민의힘이야말로 '인질 정치'의 끝판왕으로 보일 법하다. 특히 평소 보수적 가치를 존중했기에 마음 둘 데 없는 적잖은 보수층 입장에서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저 보수를 볼모 삼은 빌런(악당)일 뿐이다.

온 국민에 생중계됐듯이 국민의힘 지도부(비대위)는 당내 경선으로 뽑힌 김문수 후보 지위를 일방적으로 박탈한 후 10일 새벽 무슨 비밀 군사 작전하듯 밀실 결정으로 딱 한 시간만 후보 등록을 받아 한덕수 전 총리의 입당 원서와 대선 후보 등록 서류를 동시에 받았다. 당내 경선 참여는커녕 당원조차 아닌 사람, 게다가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책임을 나눠 져야 할 인물을 대선 후보로 무임승차시키려다 망신을 넘어 신뢰를 잃었다.

이 사태 주역이자 "알량한 후보 자리" 어쩌고 하며 김 후보를 모욕하던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후보 교체 무산 후 급표변은 그리 놀랍지 않지만, 절차적 정당성이나 투명한 공정성 원칙 같은 보수적 가치는 진작에 내다 버려 보수라는 이름을 더럽힌 이들이 '이재명 포비아'를 자극하며 보수층에 또 표를 구걸하는 걸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히다. 권 원내대표는 공동 선대위원장이 되자마자 "김문수냐 이재명이냐 대한민국 전쟁이 시작됐다"며 공포 마케팅부터 꺼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경북의사회 지역의료 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워낙 강렬했던 막장극 덕분에 탄핵에 반대한 김 후보의 강성 친윤 색채는 자연스레 옅어지고 고난 극복 피해자 서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김 후보 역시 그제(12일) 떠밀리듯 계엄에 대해 처음 사과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나 법원 테러 배후 의혹을 받는 전광훈 목사와의 절연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보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런 당과 후보가 "우파 표 나뉘면 안 된다"며 협박하는데 보수는 표를 줘야 하나. 보수 표, 원래 당신들 표 아니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완주를 기원한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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