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지율 40% 초반이면…김문수·이준석 단일화 커진다 [대선 맥짚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1강 구도’를 깨기 위한 범보수 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 단일화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물밑에선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 중이다.
국민의힘에선 김 후보의 이 같은 한계를 메울 수 있는 방안으로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필수 요소로 본다. 윤 전 대통령 및 친윤계에 의해 당에서 축출돼 12ㆍ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민주당의 ‘내란 공세’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이 후보의 자산이다. 1951년생인 김 후보보다 서른네 살 어린 1985년생이라는 점도 보수의 세대교체 및 이미지 쇄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윤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쳐 온 한동훈 전 대표의 등장으로 강성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이 비교적 옅어진 점도 국민의힘 단일화 시도에 긍정적 요인이라는 관측이다. ‘김문수-한덕수’ 자중지란이 심화하던 이달 초엔 ‘쌍권(권영세ㆍ권성동)’ 지도부에 반대하는 일부 친윤 의원들이 이 후보 지지를 염두에 두고 개혁신당 입당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 성향의 중진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경선 패배 후 당 중앙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당원 모집을 통한 차기 당권 레이스에 집중하며 당내 실망감이 더 커졌다”며 “대선 승패를 떠나 보수를 쇄신할 차기 주자로 이준석을 언급하는 의원들이 당에서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이번 대선에서도 김 후보의 지지율을 20% 이하로 묶어 ‘4대4대2’ 구도를 만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고 많은 분이 판단할 것”이라며 “‘언더독(약자)’에 대한 기대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바라는 국민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변수는 두 가지다. 우선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선거비용 전액이 보전되는 기준선인 15%를 넘길 경우 이 후보는 완주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해 대선 승리를 못 하더라도 추후 보수 재편 과정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보전 기준인 10% 이상만 안정적으로 나와도 협상 주도권을 이 후보가 쥘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반면 이 후보 지지율이 5% 이하로 지지부진할 경우 되레 단일화 시너지 반감을 이유로 국민의힘이 협상을 주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부 변수로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꼽힌다. 최근 복수의 3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40% 중ㆍ후반, 김문수 후보는 30% 전후, 이준석 후보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 초반대 박스권에 갇힐 경우 보수 진영의 단일화 압력이 거세지겠지만, 반대로 5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인다면 보수 진영이 대선 패배를 전제로 한 재편 전략에 초점을 맞추며 단일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측의 수싸움은 시작됐다. “단일화는 쇼”라고 공개 언급한 이 후보는 김 후보의 확장성 한계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대 방문 뒤 취재진과 만나 “김 후보는 저와의 단일화를 언급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결이 맞는 전광훈 목사나 자유통일당과의 빅텐트를 언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텐트가 얼마나 큰지, 찢어진 텐트인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투표용지 인쇄 전에 진행되는 오는 18일과 23일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이날 빅텐트 추진단을 꾸리며 적극적인 단일화 의지를 드러냈다. 단장엔 비윤계 3선 신성범 의원을 낙점했다. 12ㆍ3 계엄 당일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 계엄 해제에 투표했던 신 의원은 이준석 후보와 같은 상임위(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날 김 후보의 계엄 사과, 이날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윤 전 대통령 탈당 등 발언도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날 부산 선대위 출정식에서 ‘반명 빅텐트’ 관련 질문에 “자유통일당보다는, 한덕수 전 총리와 이준석 후보, 이낙연 전 총리 등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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