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안보로 '관세 실점' 만회?…트럼프 "나는 피스메이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동의 첫 번째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00억 달러(약 85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전세계 갈등 상황을 한꺼번에 꺼내들며 “나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라고 주장하는 등 성과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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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군사지원-투자’ 빅딜

사우디와 협정을 체결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의 위대한 조국에 계속해서 매우 잘 봉사(service)할 것”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사우디에서의 위대한 하루(A great day in Saudi Arabia)”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까지 사우디에 이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달아 방문한다. 사우디를 시작으로 막강한 ‘오일 머니’를 보유한 나머지 중동의 부국과도 사우디와 유사한 형태의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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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메이커”…안보 한꺼번에 ‘급발진’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사우디아라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정상회담 자리에서 “시리아의 새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제재 해제는 시리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샤라 대통령을 만난 건 25년만이다.
둘의 회동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알샤라 대통령에게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국교 정상화 협정)에 서명하라고 권유했다”며 “알샤라 대통령은 석유, 가스 분야에 대한 미국 회사의 투자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회담에 화상으로 참석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결정한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실상 안보 관련 '과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며 “내 소망은 피스메이커이자 통합자(unifier)이고, 미국 대통령으로서 우선순위는 항상 평화와 파트너십”이라고 주장했다. 동맹국이 미국을 “약탈했다”며 노골적인 비난을 가하며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했던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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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만날수도”…소외된 이스라엘 ‘당혹’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에서 이스라엘이 제외됐고, 중동 현안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도 공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한 군사작전 확대에 나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알리지 않고 가자에 억류됐던 이스라엘계 미국인 병사 에단 알렉산더에 대한 석방 협상을 진행했다. 알렉산더는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던 마지막 미국 국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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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성과 욕심”…“후퇴 반복 패턴 노출”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극단적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 물러서서 스스로 승리를 선언해왔다”며 “대중 관세 협상을 통해 상대국들이 이 패턴을 이미 눈치채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문제가 당면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관세에서 트럼프가 40일만에 물러난 것을 확인한 러시아와 이란은 트럼프의 행동을 지켜본 뒤 전략을 다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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