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전쟁과 평화] 우리가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

두 나라는 지난 7~10일 서로 치열하게 치고받았다. 공습뿐만 아니라 미사일과 드론으로 상대의 본토 깊숙한 목표를 때렸다. 핵전쟁 문앞까지 갔다. 팔짱만 끼겠다던 제삼자가 나선 뒤 갑자기 총성이 멈췄다. 그러더니 다들 승전을 주장했다. 참으로 기묘한 전쟁이었다.
인도, 테러 사건 계기 보복 공습
파, 핵사용 결정 회의 긴급 소집
양측 모두 상대 본토 공격 불사
강경 대응이 핵전쟁 문턱 낮춰
파, 핵사용 결정 회의 긴급 소집
양측 모두 상대 본토 공격 불사
강경 대응이 핵전쟁 문턱 낮춰
![휴전이 맺어진 뒤 14일(현지시간) 인도(사진)와 파키스탄(아래 사진) 시민이 거리로 나와 승리를 축하하고 군대를 격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5/481e032c-b31e-4f8d-8c7b-c20dcd913875.jpg)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따로 독립한 뒤 전면전쟁을 네 번 치렀다. 전쟁에 버금가는 군사충돌은 10회가 넘었다. 대부분 양국이 나눠 가진 카슈미르 지방을 놓고 다퉜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이 유일한 예외였다.
발단은 지난달 22일 카슈미르의 파할감에서 이슬람 과격집단의 테러로 인도 측 관광객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한 사건이었다. 지난 7일 인도는 “테러의 배후”라며 파키스탄을 공격했고, 10일 파키스탄은 “눈에는 눈”이라며 보복했다. 그러자 인도가 바로 받아쳤다.
“인·파 핵전쟁, 세계 식량부족 초래”
올해 사태는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그동안 인도와 파키스탄은 상대측이 점유한 카슈미르만을 노렸다. 그러나 2025년엔 카슈미르를 넘어 본토도 작전목표였다. 인도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근처 공군기지를 타격했다.
무력분쟁을 카슈미르 안에 가둬 놓지 않은 건 매우 위험하다. 인도·파키스탄은 모두 핵무장 국가라서다.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진 않았지만, 두 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172기(인도)와 170기(파키스탄, 이상 미국과학자연맹 추정)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9일 이슬라마바드 근처 공군기지가 공격당한 뒤 핵·미사일 사용을 결정하는 국가통수기구(NCA) 회의를 소집했다. “핵전쟁의 공포를 느꼈다”(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던 순간이었다.
미국은 인도·파키스탄 충돌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국과 상관없는 일”(J D 밴스 부통령)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의 경찰’을 포기하겠다는 ‘트럼프주의(Trumpism)’ 선언이었다. 10일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미국이 전면에 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튀르키예의 지원사격도 있었다. 결과는 극적인 휴전이었다.
국제사회가 힘을 합해 핵전쟁으로 커지기 전 인도·파키스탄의 갈등을 급하게 봉합했다. 그래서 진짜 승자는 인도도 파키스탄도 아닌 국제사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전쟁은 두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2019년 앨런 로벅 미국 룻거대학교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인도·파키스탄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사망자가 5000만 명에서 1억25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핵폭발로 생긴 1600만∼3600만t의 그을음이 하늘을 뒤덮고 태양빛을 가린다. 그러면 지표면 온도가 2~5도 떨어지고, 강수량은 15~30% 감소한다. 이 때문에 10년 동안 전 세계에 식량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로벅 교수 연구팀은 내다봤다.
문제는 카슈미르 분쟁의 불씨가 핵전쟁으로 튈 우려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9년 2월에도 인도가 폭탄 테러를 이유로 파키스탄 영토 안의 테러리스트 거점을 폭격했다. 파키스탄이 반격하면서 공중전이 일어났다. 파키스탄은 인도 미그-21을 격추하고 조종사 1명을 사로잡았다.
2019년에도 핵 폭격 직전 사태 진정
![휴전이 맺어진 뒤 14일(현지시간) 인도(위 사진)와 파키스탄(사진) 시민이 거리로 나와 승리를 축하하고 군대를 격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15/7ed300c0-3e40-4f84-bdf6-174db85443cd.jpg)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실험을 벌이고 핵무장을 시작했다. 이듬해 파키스탄이 카슈미르의 카길을 점령했지만, 인도가 이를 격퇴했다(카길 전쟁). 파키스탄은 핵이라는 뒷배 덕분에 인도가 전면 전쟁을 꺼릴 것으로 판단한 뒤 이후 테러와 같은 비대칭 공격을 계속했다. 인도는 수위를 조절하면서 파키스탄에 무력으로 대응했다.
전형적인 ‘안정-불안정 역설’이다.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이 핵공멸을 두려워하면서 전면전쟁을 자제하지만, 그보다 낮은 수준의 무력 충돌이 오히려 더 자주 일어났다는 이론이다. 전략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전술적으론 불안정하다 해서 ‘역설(Paradox)’이라고 한다. 국제정치학회장이자 인도·파키스탄 분쟁을 연구한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도·파키스탄은 미국·소련과 달리 붙어 있고, 영토 때문에 싸우며, 2격(핵반격) 능력이 떨어져 전략적으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파키스탄이 2019년과 달리 노골적으로 ‘핵전쟁 카드(NCA 소집)’를 흔들었다. 양국 간 핵전쟁의 문턱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사고나 오해가 핵전쟁을 부를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군 당국은 휴전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갈등의 뚜껑을 확실히 닫진 못한 상황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군사작전을 잠시 멈춘 것(Pause)”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인더스 강줄기를 틀어막아 파키스탄을 말려 죽이겠다는 방침을 아직 되돌리고 있지 않다. 비자 중단·외교관 추방, 국경·영공 폐쇄, 무역 중단도 아직 그대로다.
인도와 파키스탄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아무리 작은 갈등이라도 위험하다. 먼 나라의 일이 결코 아니다.
이철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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