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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윤석열이 결단해야 산다

강찬호 논설위원
“제가 동료 의원 여러명한테 전화 돌려서 ‘같이 탈당을 요구하자’고 안 해봤겠습니까?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들이 뭔지 아세요? ‘뜻은 알겠는데 대선 앞두고 좀 그렇다’는 겁니다. 참….”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국민의힘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 후보로 확정한 12일 아침 신문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김 후보와 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당선을 위한 텐트에 들어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김 의원은 험지 도봉갑에서 ‘깻잎두께’인 1098표(1.2%포인트)차로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꺾고 신승했다. 국민의힘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그만큼 잘 아는 의원도 없기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김문수, 윤 끊어야 선거 희망
‘빅텐트’는커녕 원팀도 물거품
윤도 신속한 거취 결단이 도리

김문수 후보는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은 도리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불법계엄으로 탄핵당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과 동떨어진 극히 안일한 판단이다. 필자는 김재섭 의원에게 “(절연하라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주에만 제가 세 번을 떠들었어요. 그런데 동료 의원들조차 가만 있어요. (절연을) 유일하게 결정할 수 있는 건 결국 김문수 후보인데 ‘탈당하라는 건 잔인하다. 박절하다’고만 하고 있어요. 포기하게 된다니까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김문수는 계엄을 옹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탄핵엔 반대했다. 그가 대선 후보에 오른 계기도 국회에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일어나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의 질타에도 착석을 고수하며 사과를 거부한 ‘꼿꼿문수’ 이미지 덕분이었다. 대선 후보로서 계엄 사과문을 내긴 했지만, 계엄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불편을 사과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엊그제까지 집권당이었고 이번 대선에서도 ‘새롭게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공당 대선 후보의 자세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국헌·국법을 어기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혐의를 인정해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재의 심판이 숱한 절차적 논란을 야기한 건 사실이지만 판결에는 승복하는 게 보수 정당의 본령이다.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반 이재명 빅텐트’는커녕, 친윤·비윤·친한으로 찢어진 당 내부조차 하나로 만들지 못해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다. 이런 징후를 감지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내가 중도 보수”라고 자처하는가 하면 대구·경북에서 “제가 남입니까?”를 외치며 30% 이상 득표율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정당 지도가 격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 의사를 표시한 국민의힘 김재섭(왼쪽), 김상욱(오른쪽) 의원이 소장파 김용태 의원과 지난해 12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이 승부수로 띄운 ‘청년 비대위원장’ 김용태 의원이 취임 전날(14일)까지 윤 전 대통령 탈당에 대해 변죽만 올리고 있는 것도 아쉽다. 35세 초선 수도권(포천·가평) 의원답게 “탄핵의 강을 넘겠다”고 선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정된지 사흘째 ‘윤석열 절연(절윤)’에 말을 아끼고 있다. 이대로라면 15일 열릴 그의 취임식 기자회견은 “윤 전 대통령 탈당 어떻게 되가나?”는 질문으로 도배될 것이다. 대선까지 2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국정 공약과 비전 대신 철지난 ‘전직 대통령 손절 문제’가 비대위원장 취임식 메인 메뉴가 되는 건 김 의원 본인도 원치 않을 것이다. 온몸을 던져 ‘절윤’을 끌어내길 촉구한다.

대선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절연하고 계엄을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시대에 맞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민주당의 포퓰리즘이나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비판적인 20·30대나 중도층의 표심을 붙잡을 기회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동훈·안철수와 ‘원팀’ 결성이나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설혹 패배하더라도, 변화를 위해 진심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유권자의 뇌리에 반드시 남게 마련이다. 국민이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결과 이전에 과정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도 당과 나라를 위해 냉정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그가 국민의힘 당원으로 남아있는 한 이번 대선은 ‘이재명 대 김문수’ 아닌 ‘이재명 대 윤석열’로 치러져, 손쉽게 승패가 날 게 뻔하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에 ‘내란 정당’ 딱지가 굳어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외압으로 쫓겨나듯 탈당하는 것은 원치않고 상황을 봐가며 탈당 여부와 시점을 스스로 정할 생각이란 얘기가 있다. 사실이라면 당과 나라를 위해 가급적 신속히 탈당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강찬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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