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윤석열이 결단해야 산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국민의힘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 후보로 확정한 12일 아침 신문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김 후보와 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당선을 위한 텐트에 들어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김 의원은 험지 도봉갑에서 ‘깻잎두께’인 1098표(1.2%포인트)차로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꺾고 신승했다. 국민의힘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그만큼 잘 아는 의원도 없기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김문수, 윤 끊어야 선거 희망
‘빅텐트’는커녕 원팀도 물거품
윤도 신속한 거취 결단이 도리
‘빅텐트’는커녕 원팀도 물거품
윤도 신속한 거취 결단이 도리
김문수 후보는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은 도리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불법계엄으로 탄핵당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인식과 동떨어진 극히 안일한 판단이다. 필자는 김재섭 의원에게 “(절연하라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주에만 제가 세 번을 떠들었어요. 그런데 동료 의원들조차 가만 있어요. (절연을) 유일하게 결정할 수 있는 건 결국 김문수 후보인데 ‘탈당하라는 건 잔인하다. 박절하다’고만 하고 있어요. 포기하게 된다니까요.”

헌법재판소는 국헌·국법을 어기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혐의를 인정해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헌재의 심판이 숱한 절차적 논란을 야기한 건 사실이지만 판결에는 승복하는 게 보수 정당의 본령이다.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반 이재명 빅텐트’는커녕, 친윤·비윤·친한으로 찢어진 당 내부조차 하나로 만들지 못해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다. 이런 징후를 감지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내가 중도 보수”라고 자처하는가 하면 대구·경북에서 “제가 남입니까?”를 외치며 30% 이상 득표율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정당 지도가 격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대선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절연하고 계엄을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시대에 맞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민주당의 포퓰리즘이나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비판적인 20·30대나 중도층의 표심을 붙잡을 기회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동훈·안철수와 ‘원팀’ 결성이나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설혹 패배하더라도, 변화를 위해 진심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유권자의 뇌리에 반드시 남게 마련이다. 국민이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결과 이전에 과정이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도 당과 나라를 위해 냉정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그가 국민의힘 당원으로 남아있는 한 이번 대선은 ‘이재명 대 김문수’ 아닌 ‘이재명 대 윤석열’로 치러져, 손쉽게 승패가 날 게 뻔하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에 ‘내란 정당’ 딱지가 굳어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외압으로 쫓겨나듯 탈당하는 것은 원치않고 상황을 봐가며 탈당 여부와 시점을 스스로 정할 생각이란 얘기가 있다. 사실이라면 당과 나라를 위해 가급적 신속히 탈당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강찬호([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