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이제야 자진 탈당? 늦어도 한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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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된 지 언제인데 ‘1호 당원’ 자격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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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혁신 진정성 보이려면 단호한 결별을
선거를 위해서는 계엄의 강을 과감히 건너야 할 김문수 후보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한다. 지난 12일엔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더니 어제는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엄은 사죄한다면서도 계엄 사태 장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자세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이 나온 직후에 진즉 당을 떠났어야 옳았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1호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니 다수 유권자가 납득하겠나.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윤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절충안으로 자진 탈당 카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잃지 않으면서 외연도 넓히려는 고육책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 실기했을 뿐만 아니라 진정성조차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던 석동현 변호사를 후보 직속 시민사회특별위원장에 임명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런 식으로 친한동훈계 등 당내 계엄 반대파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겠는가. 반이재명 ‘빅텐트’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이후에도 형사재판에서 부하들의 증언을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친윤 지도부가 벌인 새벽 후보 교체 소동 끝에 김 후보가 확정되자 SNS에 “제 마음은 여전히 국가와 당과 국민에게 있다.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다수 국민의 부아만 돋웠다. 오히려 당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여론만 커졌다.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가 미온적인 사과와 어정쩡한 처신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라를 혼돈으로 몰고 간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을 담아 사죄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과 결연하게 결별하는 모습을 보일 때 보수 지지자들은 혁신의 목소리에 귀를 열 것이다. 지금처럼 좌고우면하는 태도론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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