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압박·회유 함께 꺼낸 트럼프…북핵 협상 힌트 나왔다
중동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올리브 가지(대화 제의)를 거부한다면 최대 압박을 가하고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하겠다"며 압박했다. 동시에 과도 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엔 "제재 전면 해제"를 선언하며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압박과 회유를 병행해 단기간 성과를 노리는 트럼프식 전술은 북핵 협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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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가능하게 핵개발 중단하라"
트럼프의 이날 강경 발언을 뒷받침하듯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잇달아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란과 충돌은 피하고 싶다"면서도 "협상이 불발되면 파장이 클 것"이라고 경고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강력 드라이브에 이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고농축 우라늄 전량 폐기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아랍 국가와 미국 등이 참여하는 '핵농축 합작 벤처' 방안도 최근 미국에 역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오만의 중재로 고위급 핵 협상을 네 차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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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온 양면 전략…제재도 협상 카드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공개된 관련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대(對) 이란 전략과 관련해 "가장 기대치가 높은 선택지를 먼저 선언하고 조금씩 내어주며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가는 전술"이라며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입장을 교차하며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대조 효과 전술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이전의 미 행정부와 달리 제재도 협상 수단으로 유연하게 활용하는 모양새다. 독재 정권이 물러나고 친서방 과도 정부가 들어선 시리아를 향해 전날 트럼프는 "이젠 시리아가 빛날 시간"이라며 제재 해제를 전격 선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재를 담당하는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치 지난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시사했는데, 미 국방부는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장면의 데자뷔 격이다.
이를 두고 수십 년간 쌓인 대시리아 제재를 어떻게 해제할지에 대한 세부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탑다운(Top Down)식 결정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이를 전격적으로 밀어붙인 거란 해석이 나온다. 자신이 최고의 전문가라는 특유의 인식이 또 작용한 셈이다.
이와 관련, 중동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은 총리가 나서서 시리아 제재 해제를 만류했지만, 트럼프의 결정에 제동을 걸 수는 없었다. 트럼프는 본인이 목표하는 바가 있으면 동맹의 우려도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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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눈 돌릴 듯…"韓 중심 잡아야"
협상가를 자부하는 트럼프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휴전처럼 신속한 해결을 장담했던 현안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동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중국과의 관세 전쟁도 사실상 판정패라는 비판이 국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조급해진 트럼프가 1기 성과로 자부했던 북한 문제를 다시 건드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미국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물밑에서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핵 보유를 이미 선언한 북한과 우라늄 농축도를 무기급에 가까운 수준(60%)까지 끌어올린 이란을 같은 선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비핵화 원칙은 강경하게 유지하되 이에 응할 시 파격적인 보상을 제안하는 협상 방식은 재현될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외교 성과를 서두르면서 이란 핵 문제 등 여타 사안도 건드리기 시작했고, 북핵 문제에도 조만간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며 "군축 협상으로 미국을 유도하려는 북한에 맞서 한국은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하며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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