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새로운 정부, 과학기술혁신 컨트롤타워 고민을

주요국들은 전략 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 역시 중국의 기술 부상에 대한 견제 전략으로 읽히는 가운데, 중국은 연구개발(R&D) 투자 예산을 10% 이상 확대하며 맞서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AI법, 탄소중립산업법 등 제도적 기반을 빠르게 정비하며 글로벌 규범 선점에 나섰다. 경쟁국을 고려한 국제표준 확보, 기술 규제 프레임 설정 등 복합적인 전략이 총동원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산업계는 조세 감면과 같은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제외하고는 ‘민간 수요 중심의 R&D 정책 전환’을 정부가 가장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현장 요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담긴 결과다. 규제 중심의 공급자 주도형 시스템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무엇보다 부처별로 분산된 과학기술 정책을 수요 중심으로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인프라와 인재 확보, 기술 사업화, 지역 발전을 아우르는 총괄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기술혁신을 전담하는 부총리직 신설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조정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의 정책 수단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법적 권한과 예산 권한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구축된다면 국가 단위의 대형 R&D 프로젝트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국가전략기술 미래대화’는 이러한 혁신 체계 구축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이날 산·학·연·정 참석자들은 기업 수요와 연계된 R&D, 실험실 창업의 활성화, R&D 세제 지원 확대 등 기술혁신의 전주기를 뒷받침할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에 입을 모았다. 예산과 인력 규모로 주요국과 양적으로 맞서기는 쉽지 않다. 전략적인 국가 혁신 체계를 통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전쟁에서 생존은 시스템 전환의 결단에 달려있다. 이제 방향을 잡고 과감히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