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끝이 없는 티빌리시의 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중심에 젊은 세대들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세대의 러시아어보다 영어를 선호하는 20~30대들이 앞장서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은 단지 법안 하나를 반대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이 분노하는 대상은, 조지아가 오랜 시간 쌓아온 민주주의와 유럽 지향의 방향성을 흔드는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러시아의 그림자 아래로 다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위기감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4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며 극도로 경계하는 시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조지아-러시아 무역은 활발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역 활로가 막힌 러시아가 조지아를 통해 각종 물자를 조달하면서 티빌리시에서 러시아 국경으로 향하는 212㎞ 길이의 조지아 군사 도로에는 끝없는 화물트럭 행렬이 들어섰다. 조지아의 러시아 무역 의존도는 10%를 넘어 2024년에 25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복잡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서방의 가치와 정체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경제적인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조지아로서는 러시아로의 회귀 또는 EU를 향한 발걸음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 4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이 작은 나라의 시민들이 조금씩 내고 있는 목소리를 들어 보면 그 방향은 분명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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