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란의 쇼미더컬처] 전통도 힙해야 팔린다

지난 14일 일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행사장에서 만난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 신영희씨의 회고다. 국가유산진흥원이 마련한 300석 무대에서 채상묵 승무 보유자, 이재화 거문고 산조 보유자 등과 함께 공연한 직후였다. 한·일 수교 60주년인 올해 엑스포 ‘한국 주간’에 맞춰 기획된 행사에서 이들은 즉흥에 가까운 합동공연을 선보이는 등 반백년 갈고닦은 흥취를 뽐냈다.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않던 시기에 교포 위문공연을 다녔다”고 하는 이들에게서 숨 가쁘게 변해 온 한국의 정치·경제·문화 위상을 실감했다.

젊은 세대나 외국인들이 한국 전통 공연·유물 그 자체에 처음부터 끌리는 건 아니다. 뮷즈 부스에서 청화백자 키링을 보던 일본 여성 코노는 “예쁜 물건들이 있어 들어와 보니 한국 전통 것이라고 해 둘러보는 중”이라고 했다. ‘K’라서가 아니라 감각이 먼저 반응한단 얘기다. 명인들 공연장에서 만난 미국 여성 엘라도 “컬러풀, 원더풀하고 흥미로웠다”고 했다. 컬러풀·원더풀은 공연 내용뿐 아니라 이들의 세련된 한복, 무대 배경을 장식한 최첨단 디지털 영상미와도 관련된다. ‘궁캉스’(궁궐에서 즐기는 바캉스)의 인기에 ‘왕족 체험’이라는 인스타 욕망이 작용하듯, 의식과 허세가 어우러져 ‘힙 트래디션’을 빚어낸다.
“전통을 더 친근하게 느꼈으면 해서 반가사유상 캐릭터 상품 같은 걸 만들되 디자인과 품질에서 최고·최상을 추구한다. 힙하고 멋진 상품이야말로 유물의 가치를 드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재단의 김미경 상품기획팀장이 말했다. 제아무리 좋고 귀한 것이라도 시대에 외면당하면 그만이다. ‘힙’한 것이 팔리고, 팔려야 살아남는다. 전통을 이어받는 주역의 세대교체와 선순환을 응원한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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