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빛고을은 ‘소년 도시’…45년 전 동호를 만난다

소설을 조금 더 설명하면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헬기와 탱크를 앞세우고 쳐들어왔을 때, 마지막까지 도청(옛 전남도청)을 지켰던 광주 시민의 이야기다. 특히 ‘막내 시민군’ 동호의 서사가 소설을 이끈다. 동호가, 한강의 그 소년이다.
광주도 올 5·18은 소년과 함께 보낼 참이다. 『소년이 온다』를 주제로 전시회·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소년의 길.’ 광주관광공사가 기획한 ‘광주 소년 투어’의 이름이다. 오랜만에 소설책 한 권 들고 여행했다.
한강 작가 팬들의 명소 서점 ‘소년의서’

금남로로 들어서기 전 한강이 살았던 북구 중흥동의 집터를 찾아갔다. 지금은 조립식 건물이 들어섰다. 이 동네에서 동호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문재학 열사도 살았다. 문재학 열사는 소녀 한강이 골목에서 수시로 마주쳤던 동네 오빠였을지 모른다. 광주시가 작가 옛집의 주변 공터를 사 ‘한강 북카페’를 조성 중이다. 연말에 개장할 예정이다.
금남로로 접어들면 옆 골목 충장로를 먼저 걷자. 충장로에선 두 곳을 가봐야 한다. 5·18 유적은 아니지만, 광주 원도심 고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광주극장 바로 곁에 독립서점 ‘소년의서(書)’가 있다. 2016년 책방 주인 임인자씨가 『소년이 온다』를 감명 깊게 읽고 책방 간판에 ‘소년’을 걸었는데, 한강이 노벨상을 받자 하루아침에 명소로 뜬 곳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광주를 찾은 여행자들이 성지 순례하듯이 방문해 한강의 다른 작품들을 사간다고 한다.

광주의 야경 보려면 ‘전일마루’로 가라


이제 ‘전일빌딩245’를 방문할 차례다. 전일빌딩은 5·18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건물이다. 옛 도청 건너편에 있다. 1968년 건축됐고, 1980년 당시 광주에서 가장 높은 10층 높이였다. 광주시 금남로 1가 1번지가 전일빌딩이었다. 이후 도로명 주소를 따라 ‘금남로 245’로 바뀌었다.
2016∼2017년 네 차례에 걸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 결과, 전일빌딩에서 모두 245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건물 10층에서 탄흔이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건물 기둥에 박힌 총알 자국은, 누가 봐도 건물보다 높은 곳에서 쏜 것이었다. 금남로 245번지에서 발견된 탄흔 245개. ‘전일빌딩245’가 여기서 나왔다. 우연치고는 얄궂다.

현재 복원 사업 중인 도청 건물 뒤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숨어 있다. 5·18을 기리기 위해 도청보다 낮게 지었다. 그래서 주요 시설이 모두 땅을 파고 지하로 들어갔다. 오는 18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5·18 레퍼토리 ‘나는 광주에 없었다’가 공연된다. 스타 연출 고선웅의 작품으로,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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