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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빛고을은 ‘소년 도시’…45년 전 동호를 만난다

광주 ‘전일빌딩245’ 옥상 ‘전일마루’에서 내려다본 5·18민주광장. 사진 왼쪽에 어둡게 보이는 체육관 건물이 ‘상무관’이다. 5·18 당시 희생자들의 주검을 임시 안치했던 곳으로 『소년이 온다』에서 주인공 ‘동호’가 상무관에서 일을 한다.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기다. 올 5·18은, 여느 해와 다른 의미로 각별하다.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처음 맞는 5·18이어서다. 아시다시피 한강 대표작 『소년이 온다』(2014)는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을 조금 더 설명하면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헬기와 탱크를 앞세우고 쳐들어왔을 때, 마지막까지 도청(옛 전남도청)을 지켰던 광주 시민의 이야기다. 특히 ‘막내 시민군’ 동호의 서사가 소설을 이끈다. 동호가, 한강의 그 소년이다.

광주도 올 5·18은 소년과 함께 보낼 참이다. 『소년이 온다』를 주제로 전시회·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소년의 길.’ 광주관광공사가 기획한 ‘광주 소년 투어’의 이름이다. 오랜만에 소설책 한 권 들고 여행했다.

한강 작가 팬들의 명소 서점 ‘소년의서’
광주시 중흥동에 조성 중인 ‘한강 북카페’ 자리. 이 터 건너편에 한강 작가가 살던 집이 있다.
광주에는 ‘오월길’이 있다. ‘5·18기념재단’이 5·18 주요 유적지를 연결한 걷기여행 코스다. 광주관광공사가 조성한 ‘소년의 길’도 오월길과 대부분 겹친다. 지역으로는 옛 도청 앞 금남로에 집중된다.

금남로로 들어서기 전 한강이 살았던 북구 중흥동의 집터를 찾아갔다. 지금은 조립식 건물이 들어섰다. 이 동네에서 동호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문재학 열사도 살았다. 문재학 열사는 소녀 한강이 골목에서 수시로 마주쳤던 동네 오빠였을지 모른다. 광주시가 작가 옛집의 주변 공터를 사 ‘한강 북카페’를 조성 중이다. 연말에 개장할 예정이다.

금남로로 접어들면 옆 골목 충장로를 먼저 걷자. 충장로에선 두 곳을 가봐야 한다. 5·18 유적은 아니지만, 광주 원도심 고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광주극장. 아직도 손수 그린 그림을 간판에 거는 ‘옛날 극장’이다.
우선 광주극장. 1935년 개관했으니 올해 90년 된 극장이다. 국내 유일의 단일 스크린 극장으로 아직도 손수 그린 간판을 내건다. 옛 정취가 고스란해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도 촬영했다. 김형수(56) 전무는 “극장 경영이 어렵지만, 광주 동구 고향사랑 기부제 지정 기부를 통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극장 바로 곁에 독립서점 ‘소년의서(書)’가 있다. 2016년 책방 주인 임인자씨가 『소년이 온다』를 감명 깊게 읽고 책방 간판에 ‘소년’을 걸었는데, 한강이 노벨상을 받자 하루아침에 명소로 뜬 곳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광주를 찾은 여행자들이 성지 순례하듯이 방문해 한강의 다른 작품들을 사간다고 한다.

김주원 기자
옛 광주적십자병원도 충장로에 있다. 광주천 건너편 골목 모퉁이의 낡은 건물이다. 한동안 폐쇄돼 있던 옛 병원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임시 개방했다. 그해 5월 금남로에서 쓰러진 시민들이 이 병원으로 실려왔고, 병원에 피가 모자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시민이 제 피를 주러 긴 줄을 섰다. 병원에서 헌혈 사진을 촬영한 주인공이 당시 중앙일보 사진기자 이창성씨다.

광주의 야경 보려면 ‘전일마루’로 가라
전일빌딩245 10층. 헬기 사격의 현장을 증명하는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
다시 금남로로 돌아온다. 옛 도청 건물이 멀리 보인다. 금남로에도 꼭 가봐야 할 두 곳이 있다. 먼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5·18 관련 자료를 모아둔 건물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소년이 온다’ 전시회 장면. 소설 속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현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는 ‘소년이 온다’ 특별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소설의 주요 대목을 주제별로 나눠 소설 속 설정과 현실 역사를 적절히 배치했다. 소설 문장을 원고지에 필사하는 체험 코너가 있는데, 인기가 높다.

이제 ‘전일빌딩245’를 방문할 차례다. 전일빌딩은 5·18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건물이다. 옛 도청 건너편에 있다. 1968년 건축됐고, 1980년 당시 광주에서 가장 높은 10층 높이였다. 광주시 금남로 1가 1번지가 전일빌딩이었다. 이후 도로명 주소를 따라 ‘금남로 245’로 바뀌었다.

2016∼2017년 네 차례에 걸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 결과, 전일빌딩에서 모두 245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건물 10층에서 탄흔이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건물 기둥에 박힌 총알 자국은, 누가 봐도 건물보다 높은 곳에서 쏜 것이었다. 금남로 245번지에서 발견된 탄흔 245개. ‘전일빌딩245’가 여기서 나왔다. 우연치고는 얄궂다.

옛 전남도청 건물 뒤에 조성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 옥상 ‘전일마루’는 광주의 신흥 야경 명소다. 오후 10시까지 개방한다. 옥상에 서면 발아래 옛 도청 건물이 보인다. 전일빌딩 옥상에서 보이는 도청 주변의 모든 것, 그러니까 시계탑·분수대·회화나무·광장·건물 모두 5·18 유적이다. 5·18민주광장 시계탑에선 매일 오후 5시 18분이 되면 ‘임을 위한 행진곡’ 선율이 흘러나온다.

현재 복원 사업 중인 도청 건물 뒤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숨어 있다. 5·18을 기리기 위해 도청보다 낮게 지었다. 그래서 주요 시설이 모두 땅을 파고 지하로 들어갔다. 오는 18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5·18 레퍼토리 ‘나는 광주에 없었다’가 공연된다. 스타 연출 고선웅의 작품으로,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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