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깨끗한 법정 세우자” 이재명 발언 섬뜩하다

━
대선 이후 사법부 대대적 물갈이 예고인가
━
당내서도 자제 목소리…삼권분립 존중해야
우리 헌정사에는 ‘사법파동’의 어두운 역사가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권력자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판사들을 부당하게 징계하고 강제로 물러나게 했던 사건이다. 이 후보의 ‘깨끗한 법정’ 발언은 과거의 참혹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 후보의 눈에는 현재의 사법부가 ‘더러운 법정’이란 말인가. 사법부의 깨끗함과 더러움은 도대체 누가 판단하는 것인가. 우리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대통령 취임 후 사법권까지 개입한다면 헌법 위반과 직권남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도 사법부를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그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의 불참에도 ‘사법부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열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사법부 압박용으로 청문회를 강행한 것부터 잘못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특별검사법’ 등도 안건으로 상정한 뒤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겼다. 청문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누구든지 공직자로서 부당한 접대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이른바 ‘좌표 찍기’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당내에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 가볍게 듣지 말아야 한다. 법제처장 출신인 이석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어제 “(대법원장) 특검·탄핵 등은 신중을 기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가) 잘나가고 있는데 사법부 흔들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오히려 표를 갉아먹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법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장악하려 한다면 삼권분립의 헌법 원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사법부 독립을 부정하는 행태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