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심낭에 '깨' 떠다녔다" 30년 부검의도 경악한 그 의사
「
7화 : 신해철은 왜 사망했나
」
고(故) 신해철씨 의료 사망 사건이 다시 회자됐다. 최근 법원 판결 때문이다. 신씨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강모씨가 또 다른 의료 과실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60대 남성의 대퇴부(허벅지) 정맥 혈전 제거 수술을 하다 혈관을 손상시켰다.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고통받다 2년 뒤 사망했다.
강씨는 수술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월 강씨의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숨졌다고 판결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지 9년 만이었다. 강씨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금고(교도소에 수감하되 노역은 하지 않는 징역) 1년. 강씨는 신해철 사망 사건으로 2018년 징역 1년형을 받았다.
최영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을 지난 3일 서울에서 만났다. 최 전 원장은 신씨 사망 당시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었다. 그가 직접 신씨를 부검했다. 그의 부검 보고서는 강씨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최 전 원장은 “‘의사도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 30년 부검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어떻게 심낭(심장을 둘러싼 얇은 막)에 깨가 들어갈 수 있나. "
‘국민가수’로 불렸던 신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의료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 병원의 과실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최 전 원장은 들끓는 여론 속에서 이뤄진 당시 부검 상황을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했다. 강씨의 명백한 의료 과실을 어떻게 증명했는지, 신씨 몸 안은 어떤 상태였고, 심낭 천공(구멍)은 어떻게 발견했는지 담담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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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2시간 전 부검하기로 결정
" 고인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기로 했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에게 부검을 하자고 했고 심사숙고 끝에 받아들였다.(가수 이승철, 서울추모공원 화장장) "
유족은 이날 경찰에 강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사흘 뒤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이 실시됐다.
Q : 신해철씨 부검 요청 왔을 때 어땠나.
A : 특별할 건 없었다. 모든 부검은 똑같이 이뤄진다. 다만 의료 사건이기 때문에 신경을 썼다. 이날 법의관 3명과 법의조사관 4명이 들어갔다(통상 법의관 1명과 조사관 4명이 진행한다).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 오후 3시쯤 끝났다.
Q : 부검 전 경찰의 설명은.
A : (경찰은) 별로 말이 없었다. 알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병원 진료기록부와 영상 자료 전부 갖다 달라고 했다.
Q : 어디를 집중적으로 본다는 계획이 있었나.
A : 그건 아니다. 열어봐야 아는 거다.
Q : 외표 검사상 특이사항은.
A : 신체 외부는 멀쩡했다. 문신이 눈에 띄었고 몸무게가 80㎏ 정도로 키에 비해 살이 좀 찐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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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격막부터 뚫렸다…심낭에서 나온 ‘깨’
본격적인 부검이 시작됐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몸 안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Q : 시신 내부는 어떤 상태였나.
A : 복막염이 너무 심했다. 복강 안이 농(고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냄새도 심했다. 누렇고 끈적한 고름들이 장기 전반에 들러붙어 있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뇌도 부어 있었다. 부종이 심해 뇌 주름이 다소 펴진 상태였다.
Q : 결정적으로 심낭 천공을 확인했다. 어떻게 찾아냈나.
A :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 표면에도 화농성 고름 덩어리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심장과 심낭 사이 공간에는 지저분한 액체가 고여 있었고 그 안에 깨가 떠다니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장에 있어야 할 음식물이 심낭 안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심낭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염증 덩어리를 살살 긁어내면서 심낭 아래쪽에 3㎜ 크기의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했다.
(계속)
“신해철은 살 수도 있었다”
잘못된 수술보다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습니다.
의사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걸 놓쳤다고 하는데요.
이어지는 최 전 원장의 증언,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진실…신해철 죽음에 칼을 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3859
〈부검의 세계 : 죽은 자의 증언〉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사진 100장’이 다 까발렸다…박왕자 피격, 북한의 거짓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5634
유병언 목 졸려 살해 당했다? 부검이 찾아낸 ‘목뿔뼈’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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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은 아직 살아있다” 그 음모론, 부검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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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때 부검 안 했다…상처 없던 손바닥의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068
박성훈.백일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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