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3위가 트리플 더블, 셰플러 "내 인생에 전무후무할 것"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1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에서 시작된 PGA 챔피언십 1라운드 후 이렇게 말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대회 1, 2라운드에 세계 랭킹 1~3위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 잰더 쇼플리를 한 조에 편성했다. 최고 선수를 한데 묶으면 대회 초반부터 결승전 효과를 낸다. 초반 흥행에 좋다.
그러나 최고 선수들의 경쟁의식 때문에 함께 망가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스타 선수들이 동반 부진하면 정작 중요한 3, 4라운드 흥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 절정의 샷 감각을 보여주던 셰플러와 매킬로이를 포함, 세계 최고의 선수 세 명이 함께 부진했다.

셰플러가 2언더파 69타로 가장 좋았다. 그러나 최근 참가한 CJ컵에서 평균 63.75타를 친 걸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다.
랭킹 2위 매킬로이는 3오버파 공동 98위다. ‘로리 매킬로이 컨트리 클럽’이라 불리는 가장 유리한 코스라서 놀라운 결과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이자 랭킹 3위 쇼플리는 1오버파를 쳤다.
최고 선수들이 한 조에서 경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야구 투수들은 강타자들을 만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평소보다 약간 더 공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게 잘 던진다는 뜻은 아니다. 힘이 들어가 스트라이크를 못 던질 수도 있다.
매킬로이가 그런 듯 했다. 세상에서 드라이버를 가장 잘 치는 그가 전반 페어웨이에 공을 보낸 건 한 번 뿐이었다. 아이언을 가장 잘 치는 셰플러는 거리를 잘 맞추지 못했다.
16번 홀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최고 선수 세 명이 한 조, 한 홀에서 동시에 더블보기를 했다. 세 선수가 동시에 이글을 하는 것 이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전교 1, 2, 3등이 한 과목에서 동시에 과락하는 것과 비슷하다.
시작은 매킬로이였다. 티샷은 훅이 났다. 물에 빠지진 않았지만 깊은 러프였고 한 번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셰플러와 쇼플리는 티샷을 잘 쳤지만 두 번째 샷이 약간 왼쪽으로 휘어 물에 빠졌다. 두 선수는 “볼에 흙이 묻었다. 엊그제 비가 100mm 넘게 왔는데 페어웨이에서 볼을 닦지 못하게 한 건 잘못”이라고 불평했다.

16번 홀은 529야드의 파4로 어려운 홀이다. 퀘일 할로 골프장이 자랑하는, 매우 어려운 3개홀을 일컫는 그린 마일(16~18번 홀) 중 하나다. 그래봐야 이날 이 홀의 평균 타수는 기준 타수 보다 0.41타 높은 정도였다. 이 중 많은 부분은 세 선수가 올린 것이다.
그런데 최고 선수 세 명이 동시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우승 경쟁자들을 한 조로 묶은 것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세 선수는 17일 오전 2시47분 2라운드 경기를 시작한다.
샬럿=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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