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4500조원 챙겼다, 중동서 선보인 '트럼프 거래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안보 패키지딜’을 통해 중동 3개국 순방에서 3조 2000억 달러(약 4462조원)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오일 머니’를 내세운 중동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투자액을 늘리면서 당초 기대했던 2조 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원스톱 쇼핑”을 언급하며 한국과 무역·안보 문제를 함께 협상할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중동 순방에서 노출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다음달 3일 대선으로 출범할 한국의 차기 정부에도 참고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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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논란 속 ‘베팅 경쟁’ 부추긴 트럼프
15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밝힌 중동 3개국의 총 경제협력 약속 규모는 3조 20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투자 규모는 순방을 거듭할 때마다 계속 늘어났다.
첫번째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6000억 달러(약 853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자, 두번째 방문국 카타르는 1조 2000억 달러(1671조원)을 투자하겠다며 ‘베팅 금액’을 2배로 늘렸다. 4억 달러(5572억원)짜리 초고가 항공기 선물은 ‘덤’이었다. 그러자 세번째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투자 규모는 1조 6000억원(2228조원)이 됐다.

이런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 유치 성과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유치했다고 주장한 투자금의 일부는 이미 진행 중이던 사업”이라며 백악관이 공개한 투자유치 규모가 일부 과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의 분석에 따르면 백악관이 공개한 6000억 달러의 사우디의 투자금 가운데 기존 투자 계획을 제외할 경우 신규 투자 유치 규모는 2830억 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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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경쟁은 향후 협상 가이드라인”
외교소식통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첫 순방지로 택한 중동 국가는 막대한 오일 머니를 보유한 왕정 또는 준(準) 왕정국가”라며 “이른바 ‘뻥튀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중동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쟁적으로 제공한 ‘선물 보따리’는 향후 주요국과의 협상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나는 영원한 적(敵)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과거 1000만 달러(약 140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던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회동했다. 지난달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했던 이란을 향해서도 “과거의 갈등을 끝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화적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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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실리 외교…北核에 적용한다면?
영국의 더타임스는 이와 관련 “알샤라 대통령이 천연자원 개발과 관련한 광물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며 시리아와의 급격한 관계 개선이 실리에 초점을 둔 트럼프식 ‘거래의 법칙’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등은 이미 북한을 여러차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진 나라)’로 지칭하며 북한의 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등 정책적 우선순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휴전에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올해 안에는 전선을 북한으로 확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돌발적 성격 때문에 모든 예측엔 불확실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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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휴전 난항…트럼프 “내가 나서야 해결”
실제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은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진행될 튀르키예에 올 경우 자신이 직접 3자 정상회담을 통해 휴전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은 결국 불참을 통보했다. 이 바람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3년 만의 첫 직접 협상의 첫날 일정도 불발됐다.

그러자 중동 순방 내내 전쟁의 조기 종식 가능성을 언급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UAE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협상이 난항에 빠진 상황을 돌파하기 보다는 오히려 현 상황을 활용해 자신의 외교적 ‘몸값’을 올리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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