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상욱과 뜨거운 포옹…"합리적 보수 가치 실현해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김상욱 무소속 의원과 함께 유세차에 올랐다. “가짜 보수 정당 안에서 진짜 보수를 하려다 쫓겨난 김 의원이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민주당 안에서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고 외치면서다.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김 의원은 전날 이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 출신 현역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한 건 처음이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익산역 유세 중 김 의원을 소개했다. 김 의원을 무대로 부른 뒤 껴안고 등을 두드렸다. 둘은 손을 맞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이 후보는 소개에 앞서 “고용된 사람들이 파란 옷 입고, 빨간 옷 입고 싸운다고 주인까지 빨간 옷을 입고 싸울 일이 뭐 있느냐. 정치인이 편 갈라 싸워도 국민은 편 가를 일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 반동, 이런 이해관계 집단에 불과했다.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원래 보수가 아니야. 수구야’ 하는 거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친이명박(MB)계 좌장’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최근 접촉했다. 또한 박근혜 청와대 출신인 최상화 전 춘추관장이 입당하는 등 보수 진영으로의 외연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연단에 올라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면 진영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한 김 의원은 “진보와 보수는 진영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능과 역할의 이야기”라며 “이 후보님이 보수의 가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가장 보수의 기능 역할, 즉 질서·법치주의·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가장 앞장서고 실천한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후보를 “참된 보수주의자이면서 참된 진보주의자”라고 칭했다.
다만,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지만, 민주당 안에서 하는 게 맞는지 밖에서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들어오면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51%를 기록한 것(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과 관련해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내란을 옹호하는 후보에게 다시 내란을 일으킬 기회와 헌정질서를 파괴할 기회를 줄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가 다음 국정을 맡도록 국민이 허용할지도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며 “골프와 선거는 고개를 쳐들면 진다. 절박하고 겸손하게 호소하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기다리겠다”고 했다.
대세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 주변에선 “말실수를 조심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후보가 유세 도중 즉흥 발언 과정에서 선을 넘나드는 발언을 종종 해서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대구 유세에서 “제가 대만에도 셰셰(謝謝·고맙다) 중국에도 셰셰했는데 틀린 말인가. 일본 대사한테는 못 알아들을 것 같아 ‘감사하무니다’라고 했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지난 15일 전남 목포에서는 “신안군수가 (채용 비리 문제로) 조금 전 잘렸는데 별것도 아닌 거로 세상에 아웃시켰더라”고 했다.
이 후보는 16일 익산 유세에서도 “마누라, 아 죄송 부인”이라거나 “경상도 남자가 울면 안 된다고 하는데, 동의는 안 하지만”이라며 유세 중 실수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국회의원에게도 말조심 경계령을 내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현재 위치와 업무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공지했다. 사석에서 “어차피 다 되는 판”이라고 가감 없이 발언하거나, 정책에 대한 개별적인 의견이 당 전체의 기조인 것처럼 언급하는 등의 행위를 조심하라는 취지다. 한준호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설마 지겠나? 다 이긴 선거? 모든 선거는 51:49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전날 전남을 시작으로 다음날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까지 3박4일 동안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 머물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이날 전북 익산·군산·전주·정읍을 차례로 방문한 이 후보는 ‘전북 소외론’을 언급하며 전북 유권자를 파고들었다. 그는 “호남에 뭘 지원한다면 꼭 광주·전남에 한다. 또 광주·전남에 (지원)한다면 광주에 하지 전남에 안 한다”며 “전북이 삼중의 소외감을 느끼는 걸 안다.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똑같은 국민인데 특정 지역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국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큰 방향을 바꿀 때”라고 했다.
“전북은 동학혁명의 발상지”라며 동학혁명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이 후보는 익산역 광장 유세에서 “모두가 어우러져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대동세상을 꿈꾼 게 동학혁명 아니었겠느냐”며 “동학혁명이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남아 5·18 민주화운동으로, 촛불혁명으로, 다시 빛의 혁명으로 살아났다”고 했다.
전주에서 청년국악인과 만난 이 후보는 “문화산업 진흥에도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AI(인공지능) 첨단기술, 재생에너지, 문화 산업 세 가지를 (차기 정부의) 핵심 키워드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복을 차려입고, 직접 장구를 치는 등 청년들과 국악을 시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후보는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은 낭비가 아닌 투자다. 예산도 늘리고, 재외공관도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간담회 뒤엔 전북대에 위치한 5·18 당시 첫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 상황이 너무 나빠 당장 손대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익산 유세 과정에서 “송전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데,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 지역 가격이 똑같은데,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온 답변이었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공약도 이날 발표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차별은 줄이고 불공정은 바로잡아 모두의 권리를 증진하겠다”며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 ▶여성안심주택 공급 확대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여성에 대해 민주당이 정책이 없다거나, 언급하지 않는다는 건 옳지 않은 말이다. 당연히 관심이 있고 구조적인 문제도 앞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강보현.심정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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