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쳤는데 사람 살렸다…경북 학교 '빨간 버튼'의 기적

16일 경북 구미시 봉곡동 경구중학교 숙직실. 이곳에서 교대하며 근무하는 2명의 당직 전담사 중 한 명인 김두상(69)씨는 숙직실 구석에 설치된 비상벨을 만지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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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그러다 이날 오후 7시34분쯤 그는 갑자기 가슴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김씨는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 때문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통증에 정신을 잃어가던 김씨는 문득 약 3년 전 숙직실 구석에 설치한 비상벨이 떠올랐다. 숙직실 바닥을 기어서 이동한 뒤 가까스로 벨을 눌렀다. 곧장 119로 신고가 됐고 비상벨에서 119 상황실 직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김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학교 시설관리 담당 직원들에게도 비상벨이 작동됐다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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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비상벨 눌러 병원 이송돼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자로 구성된 당직 전담사는 심혈관 질환 등의 건강 위협에 특히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호 장치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경북교육청은 2022년 전국 최초로 경북 지역 모든 교육기관과 공·사립학교에 982대의 119 비상벨을 설치했다.

김씨는 “숙직실에 처음 119 비상벨이 설치됐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상한 사람이 학교에 들어오면 경찰에 신고하는 버튼인 줄 알았다”며 “가족들도 입을 모아 ‘만약 119 비상벨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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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119 비상벨 설치해야”
119 비상벨로 당직 전담사의 목숨을 구한 실제 사례가 나오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씨는 “119 비상벨을 설치할 때만 해도 설마 내가 저 벨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작은 벨 하나로 사람 목숨을 살릴 수 있는 119 비상벨이 경북뿐 아니라 전국 교육기관에 설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작은 장치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이 매우 뭉클하다”며 “앞으로도 경북교육청은 교육 현장에서 근무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위기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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