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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슬로건도 눈이 안가요"…이번 대선 벽보, 재미 없는 까닭

15일 서울 용산구 한 도로에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 8만2900곳에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선거 벽보가 15일 부착됐다.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한 아파트 담벼락에 붙은 선거 벽보를 보던 이모(64)씨는 “이번엔 후보자의 사진도, 슬로건도 무난한 것 같다”며 “달리 얘기하면 별다른 특색 없이 밋밋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선거 벽보는 후보자의 정치 철학을 드러내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상징적 수단으로 꼽힌다. 짧은 순간 유권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만큼 다소 파격적인 벽보가 내걸리기도 했다. 상체를 탈의할 뿐만 아니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등 후보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의 눈길을 끌었다.



상의 탈의에 QR 코드에…각양각색 선거 벽보


2000년 16대 대선에선 승려 출신 김길수 당시 호국당 후보가 기호 6번으로 출마했다. 그는 승복 차림으로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KBS 대하 드라마 〈태조 왕건〉의 등장인물 ‘궁예’를 연상케 했다. 당시 미성년자들이 선거 포스터에 눈가리개를 그리는 낙서를 하거나 온라인에선 무수한 패러디가 양산됐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2022년 20대 대선 후보로 출마한 허 대표는 ‘국가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유세 현장에서 이 슬로건을 인용할 정도로 회자된 슬로건이었다.

1971년 7대 대선에 출마한 故 진복기 당시 정의당 후보는 일명 ‘카이저수염’을 기른 모습을 벽보에 사용했다. 「신기한 카이제르 수염…벽보 수난」이라는 제목의 1971년 4월 9일자 한 신문 기사는 서울에 사는 중학생이 “신기하고 이상하다”는 이유로 진 후보의 벽보 속 수염을 도려내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유권자, 시대정신 담긴 벽보 기대”


역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독특한 포스터가 종종 등장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996년 15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누드 콘셉트 벽보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27세의 젊은 나이였던 조 의원은 상반신을 탈의한 사진과 함께 ‘감출 것 없는 정치. 거짓 없는 정치. 젊은 용기로 시작합니다’라는 슬로건을 포스터에 담았다. 조 의원은 당시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유권자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원욱 전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QR 코드를 선거 벽보에 활용해 이목을 끌었다. 벽보엔 이 전 의원의 얼굴 자리에 QR 코드 사각형이 대신 삽입됐다. QR 코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면 이 전 의원이 직접 출연한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됐다. 이 전 의원 측은 당시 “유권자에게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정보 제공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이색을 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질’ 벽보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포스터나 전라에 가까운 여성 사진이 인쇄된 벽보가 대량으로 부착됐다. 개·고양이 등 선거와 무관한 벽보도 있었다. 이에 일본 참의원(상원)은 지난 3월 다른 사람·정당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내용을 포스터에 넣는 것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내 공직선거법은 벽보 제작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공직선거법 64조는 벽보에 다른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사생활에 대한 사실을 적시해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내용의 벽보를 막는 조항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의 자율적인 표현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유튜브 등 홍보 수단이 많아지면서 정치인들 사이에서 ‘벽보는 그냥 안전하게 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면서도 “자극적인 벽보는 지양해야겠지만, 시대정신을 담은 신선한 벽보가 나왔으면 하는 유권자의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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